지급액 1.2兆 육박…작년 4월 이후 9천억 상회고용보험가입자 증가세…기저효과·재정일자리 탓숙박·음식 3.5만명↓…보건·행정 등 14.8만명↑제조업 석달째 반등…외국인노동자 추가 '착시효과'
  •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4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 구직활동을 하고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은 실업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신규 신청자는 넉달 연속으로 10만명을 웃돌았다. 지급액도 두달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정부의 재정일자리 사업 재개로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산업의 중추인 제조업에서 석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외국인노동자 고용보험 적용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75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기록인 지난해 7월 73만1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60만8000명)과 비교하면 12만3000명 늘었다. 전달(69만9000명)보다도 6000명 더 많았다.

    보건복지(3만7000명), 제조업(1만8000명), 교육서비스(1만5000명), 건설업(1만5000명), 도·소매(1만4000명) 등에서 주로 신청했다.

    지급액은 1조1790억원이다. 역대 최대 기록인 지난해 7월 1조1885억원보다 95억원 적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1.3%(2808억원) 증가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 2월 지난해 9월(1조1663억원) 이후 다섯달 만에 다시 1조원을 넘긴 뒤 두달 연속 1조원을 상회했다. 실업급여는 코로나19 사태로 고용 충격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 이후로 9000억원을 웃도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규 신청자는 14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이후 10만명을 밑돌다 12월(10만8000명) 다시 10만명대로 늘어난 후 넉달 연속 1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다만 기저효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7000명(4.5%) 줄었다.
  • ▲ 제조업 중분류별 고용보험 가입자수 증감(천명, 전년동월대비)
.ⓒ노동부
    ▲ 제조업 중분류별 고용보험 가입자수 증감(천명, 전년동월대비) .ⓒ노동부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407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만2000명(2.3%) 늘었다. 월별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올 1월 16만9000명으로, 2004년 2월(13만8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가 2월부터 개선되는 모습이다. 혈세를 투입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일자리 사업이 2월부터 다시 본격화하기 시작한 탓으로 풀이된다.

    산업별로 보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은 3만5000명 줄었다. 여행업을 포함한 사업서비스(-2000명), 운수업(-6000명)도 감소했다. 대신 온라인·비대면 산업 확장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포함 정보·통신·출판(4만3000명)과 무점포소매업 등 도·소매업(2만명) 등은 증가했다.

    전체 서비스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962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6만6000명(2.8%) 늘었다. 보건복지(11만명)와 공공행정(3만8000명) 등 정부·지자체 일자리 사업 분야에서 가입자 증가 폭이 컸다. 정부는 지난 2월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98만2000명 감소하고 실업자가 150만명을 웃돌자 1분기 중 지자체와 협력해 '90만개 플러스알파(+α)'의 직접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처방책을 내놓은 바 있다.

    우리 산업의 근간이면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에선 고용보험 가입자가 358만명으로, 1년 전보다 3만2000명(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다 올 1월 5000명(0.1%) 증가하며 반등했다. 이후 석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 폭도 1월 5000명, 2월 2만2000명, 3월 3만2000명으로 확대됐다.

    업종별로는 주력 산업인 전자·통신업종에서 반도체와 가전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달 가입자가 1만600명 늘었다. 고무·플라스틱(5800명), 전기·장비(1만1700명), 식료품(7300명) 등에서도 증가 폭이 커졌다. 지난해 8월 이후 감소세가 이어진 자동차(800명)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달 증가로 돌아섰다.

    반면 화학제품(-8200명), 1차 금속(-2200명) 등은 감소세가 지속했다. 정부의 해운 재건 목표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대규모 발주가 이어지면서 가입자가 늘던 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1만명)는 지난해 6월 이후 감소세가 이어졌다. 수주가 늘었으나 중·소 조선사의 불황과 대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등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는 올해부터 고용허가대상 외국인노동자가 고용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통계에 새롭게 추가된 데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개정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이 적용돼 E-9(비전문취업), H-2(방문취업) 비자를 받은 고용허가대상 외국인노동자들은 단계적으로 고용보험 당연적용대상으로 변경된다. 앞으로 외국인노동자가 있는 30인 이상 사업장은 신고 후 고용보험(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에 가입해야 한다. 내년에는 10인이상, 후년부턴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앞으로 외국인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계속 늘 수밖에 없다. 종전대로 소위 조선족과 고려인 등 외국인노동자를 빼고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나이별로 증감을 보면 30대(-2만7000명)만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감소 폭은 전달(-4만8000명)보다 줄었다. 29세 이하(3만명)는 석달 만에 증가로 돌아섰다. 40대(2만명)와 50대(10만1000명), 60세 이상(19만9000명)은 증가 폭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