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든 반도체 화상회의 이후 투자 결정 급물살인텔-TSMC 속속 투자 결정, 삼성 결정 앞당겨질 가능성LG엔솔 美 투자확대 결정, 국내 투자위축 우려 확대
  • ▲ 미국 백악관 주최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 미국 백악관 주최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12일(미국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참석한 '반도체 CEO 화상회의'에 참석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곧바로 백악관에 화답하고 나서는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확실한 인센티브와 강력한 규제로 압박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 우리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 속도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미국 백악관 주최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 참석 이후 미국 현지에 반도체 생산 공장(팹) 투자 압박이 본격화된 가운데 삼성전자도 조만간 이와 관련한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이 회의에 참석한 인텔이나 TSMC 같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발빠르게 백악관 제안에 화답하면서 삼성에도 압박이 더 가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미국 백악관의 이 같은 반도체 패권 탈환 정책에 가장 먼저 화답한 곳은 미국 기업 인텔이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는 백악관 화상회의 직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6~9개월 내에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를 실제 생산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위탁생산) 글로벌 톱 기업인 대만 TSMC도 중국 IT기업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미국 백악관의 요청에 화답했다. 반도체 화상회의가 끝난 후 지난 15일 TSMC는 홍콩 언론을 통해 중국 슈퍼컴퓨터 관련업체인 페이텅의 반도체 생산 주문을 더이상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받았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페이텅을 포함한 중국 IT 기업 7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유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에 앞서 TSMC는 미국 현지 생산설비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 건설 중인 생산라인에 수조 원대의 자금을 투입하는 동시에 핵심 인재 1000명을 파견키로 하는 등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하고 있는 생산라인에 더해 추가적으로 생산 확충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TSMC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전략에 합세해 이미 쏠쏠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미국 투자를 늘리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업체와의 거래를 끊는 방식을 이어오고 있지만 매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애플이나 엔비디아, 퀄컴 등 주로 미국 고객사의 주문이 특히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 양쪽에 주요 생산기지를 두고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삼성은 양쪽에서 고루 고객사를 두고 생산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에 미국이 강력한 인센티브와 투자 압박에 나서면서 조만간 대규모 투자 결정을 발표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업계에선 최근 파운드리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협상을 진행 중인 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을 예상보다 앞당겨 발표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재 텍사스와 뉴욕, 애리조나 등 주정부와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는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화상회의 이후 협상에 급물살을 타면서 조만간 증설 결정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일단 지난 12일 화상회의 이후 북미총괄 대외협력 트위터를 통해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가 반도체 제조 및 연구개발에 500억 달러 지원을 논의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히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시사했다.
  • ▲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삼성의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도 뒤늦게지만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검토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정부는 지난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 CEO들을 초청해 기업인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는 시간을 갖고 날로 격화되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 참전을 선언했다.

    기획재정부는 미국 수준을 넘어서는 세제지원을 추진한다. 기업의 투자금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세금을 감해주는 세액공제를 중심으로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각가지 규제 완화와 인프라 지원, 인재육성과 관련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 LG에너지솔류션 美 테니시 진출, K반도체·K배터리 미국행 가속화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사와 테네시 스프링힐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립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총 2조7000억원을 쏟아부어 35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이미 설립 중이며 이를 통해 2024년 총 7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추진 중인 투자계획이 마무리되는 2025년이 되면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능력만 145GWh 규모로 늘어난다. 고성능 전기차 3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으로 미국 연방정부는 1만명 안팎의 고용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미래산업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배터리 거대기업의 미국행에 국내 산업계는 투자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꾸준히 정부를 향해 설비투자 세제 지원이나 수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생태계 구축, 통상 협조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SOS를 쳤다. K-반도체·K-배터리의 명운이 달린 문제라는 점에 대해선 정부도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주역이 삼성과 LG라는 대기업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지원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패권을 두고 너도 나도 뛰어들어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던 상황인데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의 대처가 미적지근 했다"며 "이제 미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가운데 중국까지 다음 스텝을 밟아가는 수순이 드러날텐데 샌드위치 신세인 삼성이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투자 결정으로 앞으로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가는데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