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등 RE100 가입 속도, 삼성은 '아직'초기단계 머문 정부기준, 투자촉진도 '미미'탄소중립 대응 기업 31%에 그쳐, 기술개발 투자 '시급'
  •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삼성전자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삼성전자
    세계적으로 대두된 탈탄소, ESG 등 친환경 경영에 대한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기업마다 대응수준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제 비영리기구 '더 클리이밋 그룹'에 따르면 친환경 기업 인증의 대표격인 아르이100(RE100)에 가입한 기업은 총 302곳이다. 재생전기만 100% 사용한다는 의미인 이 캠페인은 2050년까지 이를 완수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기업의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구글, 애플, GM 등 세계적 기업이 이미 참여했으며 국내기업으로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입했다. 이들 기업은 자신들의 기업활동이 친환경 운동에 기여한다는 국제 인증을 획득해 더 높은 투자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아직 가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국내 재생에너지 제도가 아직 도입 단계에 있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세우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IT 통신, 가전 등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탄소배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전력을 소모하는 대규모 생산공장을 보유했다. 예컨대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전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쓴다는 인증을 받아내야 RE100에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기사업법상 한국전력이 전력계약을 독점하고 있어 친환경 재생에너지 공급을 따로 계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전력이 공급하는 전력 중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만 따로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전은 이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이를 기업에 되파는 녹색 프리미엄제를 시작했지만 아직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 ▲ 탄소중립 위한 정부의 정책과제
    ▲ 탄소중립 위한 정부의 정책과제
    삼성도 머뭇거리는 탄소중립, 기업들 "기회보단 위기"

    다른 기업들도 탄소중립, 친환경 경영에 대해 기회보다 위기로 평가하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중인 기업(403개사)을 대상으로 ‘2050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실태와 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57.3%가 2050 탄소중립을 어렵지만 가야할 길로 평가했다.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은 어렵다는 기업도 42.7%나 됐다.

    정부는 지난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기업들은 탄소중립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쟁력 약화 위기’(59.3%) 또는 ‘업종 존속 위기’(14.9%)라고 응답한 기업이 74.2%를 차지했다. ‘경쟁력 강화 기회’라고 보는 기업은 25.8%에 그쳤다.

    탄소중립에 대응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31%에 그쳤고, 대응계획 중이라는 기업은 33.8%오 나타났다. 35.2%는 대응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대응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들도 사업장내 온실가스 감축투자(75.5%)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외에 RE100 등 이니셔티브 참여(9.3%), 외부감축사업 추진(7.6%)가 있었으며 탈탄소 기술개발 참여는 7.2%에 불과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발전·수송 부문과 달리 산업 부문은 아직 탈탄소 혁신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탄소제로가 최종목표이지만 현재는 점차 강화되는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수준”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기업들은 2050 탄소중립을 불가피한 과제로 인식하면서도 현실적인 탄소감축의 어려움과 기업경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탈탄소 혁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