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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가 새주인으로 글로벌 사모펀드 CVC캐피탈파트너스를 맞은 지 500여일이 지났다.
3000억원을 들여 여기어때를 산 뒤 1000억원 규모의 증자로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시장의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인수 직후 곧바로 코로나가 터지면서 국내외 M&A는 모두 멈췄다. 지난 2년간 매출 9억원 가량의 맛집 추천 플랫폼 '망고플레이트'를 인수한 것이 유일한 성과다.
같은 기간 국내외 M&A를 통해 사세를 크게 키운 야놀자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야놀자는 트리플과 데일리호텔, 객실관리시스템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다변화와 글로벌화에 성공한 모습이다.
여기어때의 경우 신규 투자나 M&A를 기획해도 영국 본사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단계가 지난하다. 기왕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모두 CVC캐피탈의 허가가 떨어져야 자금집행이 가능한 구조다.
직원들 사이에선 업무 관련 보고가 너무 여러 단계를 거친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신규 증자 1000억원은 온데간데 없다. 현재까지 CVC캐피탈이 유치한 금액은 100억원 정도다.
그나마 위안은 코로나 여파에도 영업익이 늘었다는데 있다. 지난해 114억원의 영업익을 올려 58% 가량 증가했다. 보수적인 짠물 경영 덕이다.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여기어때의 결제추정금액은 2019년 5903억원에서 2020년 5955억원으로 1% 성장하는데 그쳤다. 야놀자는 1조가 넘었다.
순수이용자와 거래액 모두 제자리 걸음이었다.
다만 여기어때측은 "와이즈앱 발표는 추정치라며 감사보고서 상 매출은 전년비 25%쯤 성장한 1287억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놀자 3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눈앞의 이익 보다 미래가치 확대를 위한 투자나 외형증가에 더욱 신경쓰는 여느 스타트업과는 판이한 여기어때의 행보에 주변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