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된 수백조 규모 170개 사업서 50조·43개 선정철도SOC 예산 年4조… 인천 제안노선만 10조 규모언론 상상력 더해져 서부권 GTX→GTX-D로 변질해대광위 발표 때부터 재원·사업규모·경제성 도마 위국토부, GTX A·B·C와 차별성 언급 안해… 오해 자초
  • ▲ 열차.ⓒ연합뉴스
    ▲ 열차.ⓒ연합뉴스
    이른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으로 불리는 서부 광역급행이 예상을 깨고 서울 강남까지 직접 연결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부동산 실패 트라우마에 빠진 문재인 정부가 신설 노선을 따라 집값이 뛸 것을 우려해 사업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와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교통연구원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애초 국토교통부가 기존 GTX 사업과의 차별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언론이 오해를 확대 재생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견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안 공청회에서 서부권 GTX 노선의 시·종점을 제시했다. 계획안을 보면 서부권 GTX는 경기 김포장기부터 부천종합운동장까지만 연결된다.

    뜨거운 감자였던 '강남 직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경기도는 김포→검단→계양→서울남부→하남 노선을, 인천시는 인천공항→청라→검단→계양→서울남부→하남 연결을 각각 제안했었다.

    서부권 GTX가 강남으로 직결되지 않자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GTX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탓에 정부가 집값 안정을 이유로 노선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부와 교통연은 한정된 재원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철도건설·투자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용역을 총괄·수행한 최진석 교통연 선임연구위원은 "이번에 반영된 신규 사업만 43개에 사업비로 따지면 50조원이 든다"며 "인천이 제안한 노선의 경우 단일사업으로 10조원이 든다"고 부연했다. 이어 "혹자는 강남 2호선이 혼잡하다는 데 이는 정부 지원도 받고 지하철 연결의 가장 큰 수혜자인 서울시가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할 때 철도건설로 관광객이 늘어나는 부분은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검토할 수 있으나 집값 (인상)은 용역에서 고려할 요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철도망을 놓아 얻는 사회적 편익 등을 계산할 때 관광객 유입은 검토할 수 있으나 주변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토부도 같은 견해다. 김헌정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재원은 한정됐는데 서부권 GTX에 10조원을 쓰면 상대적으로 지방 철도망 구축사업에선 10조원을 뺄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4차 국가철도망 계획의 방향성 중 하나가 지방 광역경제권 조성을 지원하는 것인데 서부권 GTX 강남 직결은 이런 기본구상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올해 철도 인프라 관련 예산이 8조원쯤인데 운영비용을 빼면 건설비는 4조원쯤이다. 많을 때가 6조~7조원이다"며 "10년 중장기계획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이 40조원쯤이라고 할 때 10조원짜리 단일사업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정된 재원으로 기존 사업(50여개)도 계속해야 하는데 서부권 GTX 강남 직결을 위해 다른 기존 사업을 멈출 순 없잖으냐는 견해다. 기존 공사현장을 유지하는 데만 연간 100억원쯤이 든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해달라며 전국의 지자체에서 제안한 사업은 총 170여개로 사업비 규모가 255조원에 달한다. 김 과장은 "추려서 (국토부가) 120조원 규모의 사업을 제시했지만, 재정당국에서 예산 규모를 두 자릿수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면서 "재정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무한정 민간자본사업으로 추진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 광역교통 2030비전 당정협의.ⓒ연합뉴스
    ▲ 광역교통 2030비전 당정협의.ⓒ연합뉴스
    국토부 등에선 정부가 서부권 GTX를 언급하며 GTX D노선이라고 밝힌 적이 없다며 지자체와 언론이 김칫국 먼저 마시고 오해를 키웠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지난 2019년 10월31일 '광역교통 2030' 비전을 선포할 때 수도권 서부권으로 GTX 수혜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지 GTX D노선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지 않았다"면서 "서부권 GTX는 기존 수도권을 관통해 반대편으로 뚫고나가는 GTX A·B·C노선 사업과 다른 형태의 사업이다.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강남 직결까지 오해가 커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이런 오해를 자초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부권 GTX가 기존 GTX 사업과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애초 대광위가 출범 후 데뷔작으로 '광역교통 2030'을 발표했을 때 철도전문가들은 대광위가 오버한다고 지적했었다. 조직 출범에 따른 비전 선포식에서 재원 마련 방안, 사업 규모, 경제성 등이 불투명한 개별사업을 발표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의견이었다. 당시 한 철도전문가는 "비전 선포식의 성격이 이상하다"며 "출범 이후 조직 탄생의 배경과 앞으로 계획을 밝히고 다짐하는 자리가 돼야 하는데 민감한 개별 사업에 대한 발표가 이뤄지니 행사 성격이 모호해졌다"고 꼬집었다.

    당시 정부·여당이 이듬해 총선과 조국 사태로 이탈한 중도 지지층 복귀를 염두에 두고 이벤트성 행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매년 수조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야 하는 가운데 재원 마련 방법도 도마 위에 올랐었다.

    한편 최 선임연구위원은 서부권 GTX 연장 가능성에 대해 "지하철 연장사업처럼 나중에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4차 국가철도망 계획안 수도권계획도.ⓒ국토부
    ▲ 4차 국가철도망 계획안 수도권계획도.ⓒ국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