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이탈 우려에 일부 사양 제외차값 깎고, 수익 포기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이번달이 보릿고개"… 부분 휴업 가능성도
  • ▲ 기아의 새 준대형 세단 K8 ⓒ기아
    ▲ 기아의 새 준대형 세단 K8 ⓒ기아
    반도체 수급 차질로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품을 제때 하지 못하게 되자 사양을 빼는 이른바 마이너스(-) 옵션(선택 사양)까지 도입하고 나섰다.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기아는 새 준대형 세단 K8에 들어가는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원격 주차 보조를 제외하는 조건으로 차값을 40만원 깎아주고 있다. 선택 사양 제외와 가격 인하를 명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두 기능은 K8 노블레스 트림(세부 모델)부터 적용되는 안전 보조 장치다.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는 후진할 때 보행자나 장애물 충돌이 감지되면 스스로 멈춰 서는 기능이다. 원격 주차 보조는 밖에서 스마트키를 통해 원격으로 주차할 수 있는 것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기아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부품 조달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소비자 이탈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택 사양을 빼면 빠른 출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차값을 깎아주고 수익을 늘리는 방법을 포기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미니밴 카니발은 발동작만으로 편리하게 트렁크 문을 열 수 있는 파워 테일게이트를 제외할 경우 40만원을 인해해준다. 노블레스 이상 등급에 적용하는 기본 사양을 없앨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일선 영업 현장의 한 관계자는 “차가 언제쯤 인도되는지 안내조차 못하고 있다”며 “생산계획이 그때그때 조정돼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니발처럼 인기가 많은 차는 더 큰 문제”라며 “안 그래도 수요가 많은데 지금 주문을 넣으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불안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아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 주말 특근을 못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 1분기(1~3월)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지금껏 재고로 대응해 왔지만 이제 바닥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품귀 현상의 가장 어려운 시점은 다음달(5월)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생산 규모를 줄이는 등 가능한 대안을 모두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그랜저와 쏘나타를 만드는 아산 공장(5일), 코나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울산 1공장(8일)을 멈춰세운 바 있다.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이날 울산 공장은 정상 가동하고 있지만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우려는 남아 있다.

    한국GM은 부평 1·2공장 가동을 평소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지난달 일시 휴업한 뒤 추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수급 차질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부분적으로 공장을 돌리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최근 부품 회사인 콘티넨탈 등이 현대차·기아에 제때 공급을 못 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 기아의 새 준대형 세단 K8 가격표 ⓒ기아
    ▲ 기아의 새 준대형 세단 K8 가격표 ⓒ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