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수요 대응과 관세 혜택 염두무뇨스 북미법인장 "美 행정부 제도 따라 변경"아이오닉5·EV6 현지생산 가닥… 애플 협력설도 재부상
  • 현대자동차그룹 총수가 21년 만에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공식 교체되면서, 정 회장이 주도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으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달 정 회장은 회장 취임후 처음으로 미국 출장길에 나섰다.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공식 목적은 현지 판매 법인과 앨라배마 공장 직원 격려였지만 관심은 다른데 있었다.

    이달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현대차그룹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urpose Built Vehicle) 강화 전략과 맞물려 현지 전기차 생산 등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귀국후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정 회장은 내주 초 미국 투자 및 MOU 등  이른바 '미국 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출장과 달리 이번 미국 출장에서는 정 회장의 동선 자체가 비공개였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맞춘 현지 전기차 시장 점검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측은 "회장의 일정에 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되풀이 했다. 정 회장이 직접 점검해야 할 중요 사안이 미국에서 발생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아이오닉5, EV6 등의 전기차 생산 가능성도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그룹 총수인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내연기관 생산라인만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 공장이 없는 형편에서 현지에서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내 전기차와 배터리·반도체 생산 설비 확대를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은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미래차 시장 선점과 막대한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법인 사장은 2040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9일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 계획에 대해 "전기차 산업에 대한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센티브 제도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들을 유심히 살피고 평가하고 있다고 무뇨스 사장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생산 계획의 변경 내용 등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기차 산업과 관련된 정책을 언급한 배경은 향후 아이오닉5 등 전기차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따르면 관용차로 구매되는 차량은 모두 부품 현지화 비중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업계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략 중 가장 큰 과제는 미국 생산 여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해 왔다.

    아울러 이번 출장으로 정 회장이 그리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인 PBV 강화에도 힘을 실을 것이라는 추측도 업계에선 나온다. PBV는 사용 목적에 따라 실내 공간을 다양하게 개조할 수 있는 차량을 말한다.

    앞서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아마존 등 글로벌 상거래 업체 및 물류 업체 등과 PBV 사업 제휴를 맺을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의 25%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이 예상되는 PBV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PBV가 '궁극의 이동형 모빌리티'라고 평가한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탑승객이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PBV는 급증하는 도심 배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는 PBV를 '배달의 기수'로 만들 계획이다. 기아는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전문 업체 어라이벌(Arrival)에 전략 투자를 실시해 도시에 특화된 소형 상용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에 나서고 있다. 

    재계는 한미정상회담과 연계해 현대차그룹이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을 현지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지난 2월 협상 중단된 애플과의 전기차 협력도 점쳐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최대 전기차 판매 지역은 한국과 유럽이며, 해외 생산설비는 유럽과 중국에 있다"라면서도 "미국 정부가 전기차 확산 정책을 시행하는 만큼 하반기쯤 현대차·기아가 미국 생산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