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첫날, 다수 직원과 ‘와인파티’ 정황 NMC 의료진 “원장 등 일부 관리자 일탈 행위… 도매급 넘어갈까 억울” 감독기관 복지부 의지가 관건… ‘현지조사 후 물감사’ 우려도
  • ▲ 국립중앙의료원에 걸렸던 정기현 원장 원내 술자리 규탄 현수막. ⓒ제보사진
    ▲ 국립중앙의료원에 걸렸던 정기현 원장 원내 술자리 규탄 현수막. ⓒ제보사진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모듈병원 내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의 장’인 데다가 코로나 시국 속 기관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으로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의료진과 직원들은 신종감염병 대응 최일선에 서서 피땀을 흘리고 있는데, 원장 포함 관리직 일부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벌이면서 기관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상황이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정기현 원장은 지난해 12월 8일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첫날 모듈병원 건물 3층에서 5인 이상의 병원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방역 지침상 인원 제한은 없었다. 

    모듈병원은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해 지난해 10월 만들어진 곳으로 1, 2층은 입원 병상이 있고 3층은 사무실로 구성됐다. 정기현 원장 일행은 바로 아래층 코로나 음압병상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회식을 진행한 것이다. 

    당시 회식 자리에서 찍힌 사진도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관계는 명확하다. 여기에는 정기현 원장이 와인이 담긴 일회용 컵을 들고 병원 관계자들도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다만, 제보자 등 요청으로 사진을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본지는 술자리 논란 관련 정기현 원장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통화는 불가능했다. 병원 측은 “현 상황에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 원장의 일탈 때문에 억울한 직원들 

    모듈병원 술자리 관련 내용이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됨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간 신종감염병 대응 전초기지로 알려졌는데 원내 술자리 등 논란이 가중됐고, 이에 따른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2일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은 “코로나 창궐과 동시에 책임감 하나로 버텼는데 원장 포함 일부 관리직의 일탈로 명예가 실추돼 상당히 불쾌한 심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관에 대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도매급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다. 원내에서 매일 코로나와 전쟁하고 있는 대부분의 의료진과 직원들은 그들과 달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복지부, 현지조사 이후 ‘물감사’ 우려

    쟁점은 이 문제를 어떻게 조사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할지 여부다. 먼저 원장이 연루된 상황으로 자체감사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사규칙 제23조(감사인에 대한 감독)에는 ‘감사인은 다른 법령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장의 감독과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됐다. 원장에 대한 감사를 내부에서 실시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감독기관인 복지부의 대응이 중요해졌다. 

    현재 복지부는 관련 내용을 두고 내부 논의를 시작했으며, 현지조사 계획을 수립 중이다. 조만간 국립중앙의료원에 조사인력을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현지조사로 법 위반 사항을 잡아낼 수 있을지다. 의료법 관련 ‘병원 내 음주’ 처벌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주취자에 대한 폭행을 금지하고 있으나 원내에서 행한 음주를 어떻게 처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때문에 현지조사의 실효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현지조사는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등 불법행위가 포착된 경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하는 절차인데 해당 사건에서 실질적 대응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현지조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감사계획을 수립해야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기관의 위상과 명예 실추, 방역수칙 위반 등 내용을 확인해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은 제보사진에 담긴 한 건으로 특정됐지만, 모듈병원에서 술자리가 종종 있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어 종합적 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 국립중앙의료원 직원은 “현지조사를 거쳐 물감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그려진다”며 “정황 증거가 이미 확보된 상황인데 절차를 들이밀며 흐지부지 마무리될까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 노조는 정기현 원장 술자리 관련 문제를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했다. 권익위는 민원 접수일 60일 이내 해당 사건을 검경에 이첩하거나, 감독기관 송부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