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1882대 급감… 월 평균에 못 미쳐투싼 1490대↓ 카니발 1451대↓반도체 부족 사태 후폭풍
  • ▲ 국내 판매 1위 세단인 그랜저 ⓒ현대자동차
    ▲ 국내 판매 1위 세단인 그랜저 ⓒ현대자동차
    지난달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공급 부족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생산이 차질을 빚으며 내수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 비상이 걸렸다. ‘국민차’로 불리는 현대차의 그랜저, 기아 카니발이 1000대 넘게 줄었다.

    코로나로 위태했던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국내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쌍용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완성차 5개사는 지난달 국내에서 12만4145대를 팔았다. 지난해 5월(14만6131대)과 비교해 15.0% 줄어든 것이다. 판매가 늘어나던 지난해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도리어 수출이 뒤를 받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조달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울산 3·5공장과 아산 공장, 광명 2공장에 있는 생산라인 일부를 멈춰 세웠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 등을 만드는 부평 1·2공장 가동을 평소 절반 수준까지 낮춰 주간 근무만 했다.

    이러한 생산차질은 지난달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6만2056대를 팔았다. 지난해 5월(7만810대) 대비 12.4%가 줄었다. 기아는 6.4% 뒷걸음질 친 4만7901대를 판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인기가 높은 ‘베스트셀링카’ 일수록 더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업계가 조업 일수를 줄였고, 차를 제때 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국내 판매 1위 세단인 그랜저는 지난달 판매대수가 7802대에 그쳤다. 지난 4월(9684대)보다 1882대 급감했다. 월평균인 8886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쏘나타는 아산 공장 휴업이 발목을 잡혔다. 지난 4월 7068대로 판매가 늘었으나 지난달 5131대로 고꾸라져 기세가 한풀 꺾였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투싼은 4478대에서 2988대로, 기아 카니발은 8670대에서 7219대로 뒷걸음질 쳤다. 카니발 등은 일부 사양을 빼는 대신 가격을 인하해 주는 ‘마이너스(-) 옵션(선택 사양)’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국GM의 경차 스파크(1647대)와 말리부(236대), 르노삼성 SM6(222대), QM6(3081대)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GM 관계자는 “반도체 품귀 현상과 생산차질로 내수 판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반도체 수급 어려움이 적어도 3분기(7~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주문을 넣어도 생산까지 약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제품 의뢰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인 ‘리드타임’은 최대 38주에서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회사와 직접 공급 협상을 벌이고, 적기 공급이 불확실해 특근 일정을 수시로 조절해 나가고 있다. 한국GM은 부평 2공장의 정상 가동 시기를 아직 못 잡고 있다. 부평 1공장과 창원 공장만 지난달 말부터 정상화했다. 이마저도 지속 여부가 불확실하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인도하지 못한 주문적체를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생산, 판매가 안정되려면 연말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족 사태가 최악을 지났다는 예상이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다”면서 “충분한 양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7~8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게 TSMC의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 ▲ 기아 판매 1위인 카니발 ⓒ기아
    ▲ 기아 판매 1위인 카니발 ⓒ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