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사후보전' NH證·'펀드 돌려막기' 하나銀책임공방 새국면, 다자 간 책임에 실리는 무게일각에선 다자 배상 주장 외면해온 당국 비판도
  • 검찰이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동시 기소하면서 양 기관 간 책임공방이 새 국면에 진입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NH투자증권의 책임에 무게를 두며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권고했지만 결국 그간 NH투자증권 측이 주장해온 판매사-수탁사 등 다자 간 책임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검찰, '수익 사후보전' NH證·'펀드 돌려막기' 하나은행 기소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 30일 NH투자증권과 증권사 직원 김모 씨 등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하나은행과 은행 직원 조모 씨 등 2명을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NH투자증권 직원들엔 '고수익 보장 등을 통한 부당 권유판매'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확정적 수익 보장 등 부당 권유 판매를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에게 1억2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사후 보전해줬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하나은행 측엔 소위 '펀드 돌려막기' 가담 혐의가 적용됐다. 하나은행 직원들은 지난 2018년 8~12월 수탁 중인 타 펀드자금을 이용해 옵티머스펀드 환매대금 92억원 상당을 돌려막기한 혐의를 받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5월 옵티머스펀드의 비정상적인 운용을 알면서도 수탁계약을 체결해 약 143억원 규모의 사기 범죄를 방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펀드 환매자금 부족분을 지급준비계좌 고유자금으로 무상 대여하는 등 불법적 개입을 했다는 내용을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검찰의 이번 공소 사실에선 고유자금이 아닌 다른 펀드 자금을 빼 수익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 모두 기소됐지만 하나은행의 입장에 업계의 관심이 더욱 쏠린다.

    그간 하나은행은 NH투자증권의 다자 간 책임 주장에 대해 "펀드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특히 검찰은 금감원이 통보한 위법사실보다 한 단계 나아가 타 펀드의 일반투자자 자금을 유용해 돌려막기했다는 혐의를 하나은행 측에 적용하고 있다.

    이번 검찰 기소에 대해 두 회사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측은 "고객들에게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등 부당권유 판매한 사실이 없다"면서 "당사 기소 이유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판매사의 압박에 따라 억지로 수익률을 맞췄다고 검찰에 허위 진술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측은 "통상적인 경우와 같이 펀드 환매대금 지급 및 결제에 사용되는 동시결제시스템에 따라 자동화된 방식으로 환매대금이 지급된 것일 뿐"이라면서 "펀드 간에 일체의 자금 이동이나 권리의무의 변동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환매 자금 지급 과정에서) 다른 펀드자금을 이용하거나 다른 펀드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책임공방 새 국면…다자 간 책임에 실리는 무게

    NH투자증권은 검찰 기소로 압박감이 더해졌지만 향후 하나은행 등과의 소송전을 고려할 때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검찰의 하나은행 기소로 그간 NH투자증권 측이 주장해온 판매사·수탁사 등 다자 간 책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최근 분조위 권고안 일부를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키로 결정하면서 동시에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대해 손해배상소송 및 구상권 청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분조위 결정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측에 사실상 전적인 책임이 쏠린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 등 관련 기관에도 책임이 있어 다자 간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NH투자증권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간의 책임공방은 이번 검찰 기소를 통해 새 국면을 맞은 모습이다. 검찰 주장 대로 하나은행의 혐의가 재판에서 사실로 밝혀진다면 수탁사로서 져야 하는 책임도 커질 수 있다.  

    ◆"감독당국, 다자 배상 주장 외면…검찰 기소로 공동책임 힘 실려"

    일각에선 이번 검찰 기소를 놓고 공동 배상 책임 주장을 외면했던 금감원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제재심의위원회는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에 제재를 내리고, 금감원이 하나은행의 위법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다는 점은 당국도 판매사와 수탁사 모두의 책임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분조위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법리를 적용해 판매사 투자금 전액 반환을 권고함으로써 사실상 NH투자증권이 모든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됐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당시 분조위는 계약취소에 대한 법리검토가 진행된 상태에서 새롭게 다자 배상 책임을 논의할 물리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된 기관들의 책임소재가 아직 규명되지 않다는 점에서 공동 책임을 내리기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책임 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한쪽에만 책임을 지우는 권고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반발이 있다. 계약취소로 판단될 시 공동 책임을 져야 할 관련 기관들에 면책을 주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손쉽게  판매사에게 전 책임을 지워버린 분조위 결정이 금융회사 간 다툼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과가 나와야 명확해지겠지만 이번 검찰의 기소로 이같은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감독 부실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금감원은  옵티머스가 다른 사모펀드 사태와 달리 판매사·수탁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판매사에게만 전적인 책임을 묻는 아이러니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결국 이번 검찰 기소로 금감원이 그간 외면해온 다자 간 책임 주장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