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4주 정제마진 1.7달러… 4월 말 이후 내리막국제유가도 2분기 주춤… '재고평가이익' 실현 어려워'드라이빙 시즌 돌입-백신 보급 확산' 등 수요 정상화 기대감
  • ▲ 주유. ⓒ정상윤 기자
    ▲ 주유. ⓒ정상윤 기자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은 정유업계에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오고 있지만, 본격적인 실적 반등 추이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올 들어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와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1분기에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데다 정제마진도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업황 반등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런데도 실적 개선 기대감은 여전하다.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석유제품 수요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업황 회복은 시간 문제라는 진단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5월4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7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것으로,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2019년 하반기부터 거의 손익분기점 이하였고, 특히 코로나19가 발발한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정제마진 또는 0~1달러를 맴돌았다.

    그러나 올 들어 코로나19 회복, 국제유가 상승세와 맞물려 2~3달러대로 반등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던 국내 정유4사는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4월 말 배럴당 3.2달러까지 올랐던 정제마진은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3주만인 5월3주 1.6달러로 떨어졌고, 4주에 1.7달러로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또한 1분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유가도 2분기 들어 주춤하고 있다. 1분기에는 유가가 상승하면서 정유사들이 저유가일 때 사들였던 원유 비축 분의 가치가 상승해 큰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유가가 떨어지면 제품을 당초 사들였던 가격보다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재고평가손실이 난다.

    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 정유업계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유가 상승에 다른 재고평가이익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는데, 2분기에는 1분기만큼 재고평가이익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며 "결국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회복세가 뚜렷해져야 업계 수익성도 회복할 수 있는데, 최근 정체 상황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도, 동남아 등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국면과 맞물려 정제마진과 유가가 2분기에 하락·정체 상태"라며 "2분기에는 1분기만큼 재고평가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정제마진의 정체 현상이 일시적인 조정으로 보고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정제시설 폐쇄로 인한 공급 제한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제품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도 모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석유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운송용 제품 수요는 하반기에 가파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최근 일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요 회복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백신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선진국 중심의 수요 회복이 아시아 지역 수요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여름방학과 휴가로 이동 수요가 증가하는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보통 드라이빙 시즌에는 이동 수요가 높아지면서 휘발유 등의 수요가 늘어난다.

    실제 미국의 경우 현재 이동 수요가 늘면서 현지 주유소와 유통업체들이 휘발유를 사재기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항공유 회복도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올 들어 상업용 항공편수가 완만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2022년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항공 수요가 증가하면서 항공유 마진이 배럴당 8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정유설비 폐쇄에 따른 정유 업황 회복 사이클이 시작됐다"며 "연말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평균 수준인 6달러 안팎까지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언택트와 관련된 제품군의 시황 호조에 더해 경기 회복에 따른 관련 제품군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동 관련 수요 증대, 글로벌 정제설비 폐쇄 등 영향으로 글로벌 정유 제품 수급은 정상화될 것이고, 의류 및 전방 수요 회복에 따라 정유사의 주력 석유화학 제품인 PX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