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첫 급여상임이사 임기 마치고 수지구 예방접종센터 예진의사 근무 중예진 과정서 ‘비효율’ 포착, 기저질환·투약내역 등 파악 어려워 보건의료 전문가 포럼(가칭) 곧 출범… 좌우 이념 융합한 형태로 추진
  • ▲ 강청희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박근빈 기자
    ▲ 강청희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박근빈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6월 21일 기준 전 국민의 30%에 육박한 상태로 당초 정부가 예상한 수치를 넘어 상반기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그러나 접종,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예진과 사후관리가 중요하지만, 현장에선 미흡한 점이 많고 인력 자체도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연계하면 효율적 대응이 가능한데, 이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강청희 전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문제를 짚었다. 그는 지난달 건보공단에서 임기를 마무리 짓고 현재 경기도 수지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예진의사로 근무 중이다. 

    강 전 이사는 “지난 5월 2일자로 퇴임하고 한 달간의 휴식기간을 갖고 6월부터 접종 현장에 나왔다”며 “보험자의 역할이 아닌 의료인으로서 코로나와의 사투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 첫 급여상임이사로 활동해 화제를 모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접종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난 3년간 건강보험 정책 관련 설계와 실행을 도맡았기 때문에 접종 현장에서 제도적 연계성이 부족한 상황임을 빠르게 인식할 수 있었다. 

    강 전 이사는 “현재 접종센터는 예진의사 4명이 하루 700명대의 접종자를 예진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많을 때는 5명의 예진 의사가 하루에 1500명을 소화해 낸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표 인원을 채우려다 보니 무리한 접종 인원을 대상으로 예진과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무리한 현장운영을 직접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현재 정부는 접종률을 올리는 데 집중을 하고 있어 인력도 부족한데다가 충분한 예진과 사후관리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국내 건강보험 데이터는 개개인의 기저질환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데, 이를 현장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 전 이사는 “접종 시작 이전 질병관리청과 건보공단이 데이터 연계를 했으면 수월하고 효과적 예진 체계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접종 현장에서 건보공단 자료를 활용해 접종 대상자가 어떤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지, 최근 어떤 의약품을 투약했는지 등을 미리 파악했다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백신 접종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자체도 이번 기회에 75세 이상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예진 기록을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건보공단 건강증진사업에 연계하면 고령화 대책을 위한 효율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접종 속도전 대비 인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강도와 부하는 한계를 초월해 더 이상의 업무를 요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진의사로 활동한 불과 3주 동안의 경험을 통해 보건의료정책의 개선방안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의료 환경의 변화를 위해서는 정책적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기조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유지해 그는 조만간 ‘보건의료 전문가 포럼(가칭)’을 만들 예정이다. 

    강 전 이사는 “흔히 보건의료정책에 좌, 우 이념을 개입시켜 형평과 효율의 대치적 관점에서 설명하지만, 두 가지가 다 융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가입자-공급자-보험자가 모두 참여하는 전문가 포럼의 출범을 통해 올바른 정책 제안을 하는 기회를 형성할 것”이라며 “보건의료 인력자원 문제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급변하는 의료환경 이슈에 대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