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20배, 매출 10조, 분기 영업익 1조 고공행진내부 불만 고개, 1500여명 직원들 임금 8년째 동결 올해 인상률 2.8%IT직원들 중심 이탈 움직임, 무상감자 거친 우리사주 원금에도 못 미쳐
  •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HMM(옛 현대상선)이 직원 처우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운 불황기 8년간 임금동결 후 겨우 2.8% 인상에 극적 타결했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그렇다고 개선된 실적을 마냥 직원들에게 쓸 수도 없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글로벌 해운경쟁을 대비해 선복량 확충이 더 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조9636억원으로 지난해 9808억원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1분기 영업이익만 1조19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익을 뛰어넘었다. 매출도 지난해 6조4133억원에서 올해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는 당분간 해상운임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실제 실적은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5일 기준 3785포인트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 900 선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발적 상승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가파른 운임상승이 5월부터 적용되는 고정계약(SC)으로 이어져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고 했다.

    서서히 돌기 시작한 자금은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졌다. HMM은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과 함께 계약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올해 모두 투입완료한데 이어 2024년까지 12척을 추가 발주했다. 추가 발주에 들어가는 돈만 1조7776억원 규모다. 사측은 현재 81만TEU 수준의 선복량을 한진해운 파산 이전인 105만TEU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부산신항에서 열린 HMM 한울호 출항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부산신항에서 열린 HMM 한울호 출항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공격적 선복 확보 투자와 달리 직원 처우는 아직 열악하다. 

    HMM 평균 연봉은 6100만원 수준(계약직 포함, 임원 제외)이다. 2013년 이후 8년간 동결을 반복하다 올해 2.8% 인상이 이뤄졌다. 위로금에 가까운 100만원 성과급이 있었지만 수년간 밤낮없이 일한 직원들의 마음을 달래기는 부족한 금액이었다. 그나마 5000만원 이상 연봉을 받는 직원은 40%에 불과해 저연차 직원들의 불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부 IT기업에서 벌어지는 주식 대박도 HMM 직원들에게는 속 쓰린 지점이다. 한때 27만원까지 갔던 주가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출자전환 과정에서 1:7 무상감자를 겪으면서 가치가 폭락했다. 지난해 3월 최저점 2190원 대비 20배 이상 올랐지만,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은 아직 손실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가장 저렴했던 매입단가가 주당 7000원 이었는데 감자이후 평단가는 49000원으로 올랐고 이날 10시 기준 HMM 주가는 44400원이다.

    실적을 따라가지 못하는 직원 처우는 핵심 인재 이탈이란 우려를 낳는다. 특히 최근 전망이 밝은 IT분야 인력들은 이직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형 선박은 AI, 자율운항 등 최첨단 기술을 얼마나 폭넓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IT 인력 유출은 장기적인 기업운영에 있어서도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HMM 해원연합노조 관계자도 "선복량 확보 첫 성과물인 지난해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참석했지만, 정작 선원들의 절반은 외국인이었다"며 "선박 확충도 중요하지만 사람에 투자하는 것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