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업 분할 검토 공식화…시장은 물적 분할 방식에 무게LG화학도 모회사 지분 희석 가능성 주가 반영…SK이노 주가도 급락투자자 "주주가치 훼손" 반발…증권가 "단기 하락 불가피, 장기 전망 주목해야"
  • ▲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앞서 배터리 사업부문 물적 분할을 공식화한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했던 선례가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의 분할 이슈로 인한 하락은 단기적 악재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목표주가를 내려잡는 등 여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 대비 8.8%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4102억원을 순매도했는데, SK이노베이션에서만 345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SK이노베이션이 이날 중장기 전략 발표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화한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배터리사업 분할 방식에 대해선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사실상 '물적분할'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배터리사업 성장과 자금조달을 언급한 점에 비춰볼 때 LG화학처럼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 100% 자회사로 물적 분할했다. 

    특히 LG화학의 물적분할 발표 선례가 투자 심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물적분할은 소액 주주들에게 상당히 불리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LG화학 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졸지에 간접투자자가 된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할 발표 당시 국민연금은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분사에 반대했지만 지분율에 밀렸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구인 서스틴베스트도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당분간 SK이노베이션의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LG화학의 경우 분할 발표 이틀 만에 주가가 12% 가까이 하락했다. 이후 주가가 회복되긴 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임박해지면서 모회사 디스카운트로 인한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5월 외국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LG화학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47%가량 대폭 낮추면서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투자자들은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면서 이번 SK이노베이션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쟁사인 LG화학의 경우 그간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슈가 주가에 선반영된 데 비해 SK이노베이션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투자자는 "핵심 사업 빠지면 기업 가치 하락은 당연하다. 배터리사업에 투자한 투자자들 입장에선 껍데기만 들고있는 꼴"이라면서 "그간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악재는 LG화학과의 소송이었는데, 이제 좀 숨통이 트이니 회사가 또 다시 주주들에게 불신과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의 분할 이슈로 인한 하락은 단기적 악재라고 보고 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사 방침이 나왔던 당시엔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락했지만 이후 일정 수준 회복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수주잔고 확대, 배터리 재활용 사업 계획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분할 방침 발표와 함께 향후 5년간 총 30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사업 비중을 현재 30% 수준에서 7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는 1테라와트 이상(한화 130조원 규모)으로, 배터리 수주와 매출 양대 영역에서 내년 말까지 글로벌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강화해 오는 2025년 기준 총 3000억원의 EBITDA(감가삼각 전 영업이익)를 창출할 예정이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 연구원은 "분할 방식과 상장 방식 여부는 미결정됐지만 LG에너지솔루션 IPO와 물적 분할 가능성으로 단기적 주가는 지지부진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론 배터리 가치 증가, 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 소재부터의 그린 생태계 구축까지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미래사업 구조 변화와 생산능력 확대 등 긍정적인 이슈에도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배터리 사업에 대한 물적 분할 관련 불확실성 때문"이라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물적분할 관련 우려가 있을 순 있지만 이번 행사에서 주목해야 할 긍정적인 포인트가 희석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백 연구원은 "배터리 수주 잔고의 확대는 배터리 사업의 가치 상승이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 "배터리 재활용 원천기술 확보도 긍정적인 이슈로, 2025년 이후부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은 매우 중요한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목표주가를 내려잡고 있다. 2일 현대차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지주사 할인율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31만원에서 2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배터리 사업 고성장 및 종합화학 사업구조 전환 등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순수 지주회사 구조로 변하면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이미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으로 기존 정유·화학·윤활기유 사업도 지주사 성격으로 전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물적분할이 결정되면 경쟁사 밸류에이션에 반영한 대로 50%까지 활인율을 확대할 수 있다"며 "반면 물적분할이 아닐 경우 할인요소가 없고 이 경우 목표가를 36만까지 상향 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