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본입찰후 가격차 이유로 재입찰 논란KDBI 입장 밝혀 "기존 입찰 백지화 아니다" 궁색한 해명
  • ▲ 지난 2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앞에서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소속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2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앞에서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소속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본입찰까지 끝난 대우건설 매각이 재입찰을 진행하면서 특혜 시비 논란이 거세다. KDB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재입찰성을 전격 부인하고 있지만 대우건설이 누구 품에 안기더라도 논란은 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최대주주 KDBI 요청으로 지난 2일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새로운 인수의향 가격을 제출했다. 매각 대상은 KDB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다.

    당초 지난달 25일 마감된 본입찰에선 중흥건설이 DS네트웍스 컨소시엄보다 약 5000억원 많은 2조3000억원의 인수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중흥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했지만 KDBI가 갑작스럽게 재입찰을 양사에 통보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는 1·2위간 가격차가 크게 나면서 매각무산을 막고자 재입찰 카드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가 너무 높아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사실 중흥건설은 경쟁사인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시장 예상보다 파격적인 금액을 베팅했으나 호반건설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데다 2위인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의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지자 문제제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재입찰에서 양사가 새로 제안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흥건설은 본입찰 때의 2조3000억원보다 낮춰서 써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본입찰 때보다 가격을 높였을 것으로 보이지만 2조원 초반대에서 인수가격이 결정될 것이란 게 업계의 주된 예상이다. 

    결국 이 때문에 KDBI가 가격을 낮춰주면서까지 중흥건설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인수의향서가 이미 제출된 상황에서 인수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하는 경우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KDBI가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찰이 두려워 인수의향자의 눈치를 보고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매각 실패 경험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추는 방향의 조정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대우건설 매각 실패를 경계한 듯 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DBI는 재입찰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KDBI 관계자는 "재입찰이라고 하면 기존 입찰 관련 내용을 전면 백지화하고 다른 3자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새롭게 가격 등을 제안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며 "성공적인 딜 클로징(매각 완료)을 위해 본 입찰에 참여한 곳들에 국한해서만 기존 입찰에서 제시됐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매각가격 등 조건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고 일정 부분 협의하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수 과정에서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과도한 비용으로 인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일컫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대우건설은 이미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그룹 경영난을 이유로 2010년 산업은행에 재매각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당시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에 6조6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것이 추후 그룹 운영에 난항을 겪게 하는 요인이 됐고 설상가상으로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결국 대우건설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중흥건설 측은 자기자본 인수가 가능한 만큼 금호 때와 같은 일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는 그룹 차원에서 오랫동안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재무 투자자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인 만큼 인수를 통한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