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식형 공모펀드 연말 대비 38% 급증…펀드도 직접투자 움직임 "패러다임 변화 이끈다" 한화운용 파인앱 출시…미래운용도 신중 검토업계선 판매사 눈치보기·독자채널 통한 투자자 유입 한계 등 회의적 시선
  • 개인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열기에 밀려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자산운용사 펀드 직접판매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업계에선 판매사 눈치보기, 독자 채널을 통한 투자자 유입 한계, 투자자 인식 개선 등 현실적인 벽으로 인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최근 급변한 투자 환경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가 공존한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온라인형 국내외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연말(4조8089억원) 대비 38% 증가한 6조6129억원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직접 투자가 급증하면서 공모펀드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이 기간 전체 주식형 펀드 자산은 63조207억원에서 65조7618억원으로 불과 4% 증가했다. 전체 주식형 펀드 자산 증가분(2조7411억원)의 66%에 달하는 1조8040억원이 온라인펀드에서 발생했다. 전체 공모펀드 시장은 침체된 반면 전체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남짓인 온라인펀드의 성장세는 가파른 모습이다.

    펀드는 판매 방식에 따라 증권사 지점 등을 통한 판매 펀드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한 온라인 전용 펀드로 구분된다. 같은 방식으로 운용되지만 온라인 전용 펀드는 투자자가 직접 상품에 가입하는 만큼 판매수수료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투자자의 펀드 수수료 선택 폭 확대를 위해 모든 펀드에 온라인 클래스 설정을 의무화한 것이 시장 성장에 영향을 줬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 열풍으로 비대면 투자에 익숙한 개인투자자들, 특히 비용에 민감한 젊은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온라인 펀드가 투자 유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직판, 수수료 거품 빼 MZ 공략"…우려와 기대 '공존'

    최근 시장에 불어닥친 변화에 발맞춰 자산운용업계에선 대형사를 중심으로 직접 판매 움직임이 일고 있다. 비대면 투자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판매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그동안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판로를 개척하려는 시도다.

    한화자산운용은 상위 10개 대형사 중 처음으로 지난 5월 직판 앱 파인을 출시했다. 판매수수료를 없애고 업계 대비 절반 수준의 판매보수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재테크 시장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를 겨낭한 전략이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펀드 직판 앱 출시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국내 펀드시장 환경에서 직판앱 운영에 따른 리스크 등 전반을 신중하게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사의 직판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카드 앱을 통해 직판 채널 'R2'를 운용하고 있고,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은 직판 앱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과 기대가 공존한다. 우선 투자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은 물론 IT 인프라 구축·보수 비용도 상당한데다가 기존 판매사 간 관계 등 기존 관행을 허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우려다.  

    대형사 한 관계자는 "미국 1위 펀드슈퍼마켓 찰스슈왑도 시장 점유율이 7%를 넘어서는 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이후로도 미국 내 직판 시장 규모는 일정 수준 이상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펀드 시장 자체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펀드 투자에 생소한 개인투자자들의 인식 개선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스템 구축, 매년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수십억원 그 이상이 소요되는 비용 투자도 부담"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펀드 직판이 도입된 역사는 2006년 1월부터다. 오랜 기간 직판 체제가 자리잡지 못한 이유는 다 있다"면서 "운용사가 판매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독자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직판 시스템 도입 검토를 전혀 하지 않는 이유"라고 밝혔다. 

    현실의 벽을 감안하고 뛰어들었다 하더라도 운용사 입장에서 독자 채널을 통한 판매만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사 또다른 관계자는 "직판 플랫폼에서 여러 운용사의 상품들을 판매할 수 있도록 유입되는 구조가 아니라 독자 시스템안에서 각 개별 운용사별로 상품을 판매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투자자들에게 어떤 유인이 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 이후 디지털화·대중화된 자산관리 문화와 맞물려 일고 있는 대형사 중심 직판 도입 움직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으로 오프라인 펀드 판매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직판이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대형사 관계자는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당장은 무모해보일 수 있지만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대형사를 중심으로 과감하고 혁신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