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업체들, 미래차 대비 구조조정 속도현대차 노조 입김에 움짝달싹 못해"이대로 가면 전기차 놓쳐 생존 위기"
  • ▲ 충전 중인 전기자동차 ⓒ뉴데일리DB
    ▲ 충전 중인 전기자동차 ⓒ뉴데일리DB
    자동차 업계가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공장을 팔고 인력 숫자를 줄이며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연기관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배터리와 모터에 ‘베팅’했다.

    국내 맏형 격인 현대차는 딴판이다. 강성 노동조합에 손발이 묶여 구조조정은커녕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다. 이대로 가다가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가 앞다퉈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재 생산 중인 내연기관을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이 적고 구조가 단순하다. 그만큼 필요한 생산 인력이 크게 줄어든다. 고용직원을 줄이고 인건비를 낮춰야 배터리, 모터 등 원가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다. 향후 5년 내에 전기차는 가격을 내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3월 공장 직원을 최대 5000명까지 감원하고 올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전기차 개발 부문만 예외로 둬 직원을 늘릴 계획이다. 노사는 조기 명예퇴직과 비상근직 전환 등 부분은퇴에 합의했다.

    이 같은 결단은 ‘배터리 독립’과 제조단가를 지금의 10년 내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선언보다 먼저 나왔다. 미래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사가 손을 맞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폭스바겐은 2030년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신차 중 절반을 전기차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미국 포드는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나섰다. 유럽에서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5개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했다. 남아 있는 공장에서도 근무방식을 바꾸고 생산 인력 20%를 감축했다. 이 회사는 앞서 사무직 근로자 7000명의 인력을 추가로 줄인 바 있다. 전체의 10% 수준이다.

    BMW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직원 6000명을 내보냈다. 계약직원 1만명은 근로계약 만료 후 고용을 연장하지 않았다. 이 밖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아우디, 일본 닛산, 혼다 등이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는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와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폭스바겐, 포드, GM 등은 차세대 전기차 개발 및 양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인력 감축이 절실한 현대차는 주저앉아 있다. 노조 눈치만 보여 자연 감소에 기대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선 ‘정년을 만 64세로 늘려달라’는 요구마저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지금과 같은 경직된 고용체계로는 미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무역갈등 등으로 수출이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는 아이오닉 5 시험생산 당시 라인을 멈춰세우기도 했다”면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노조의 무조건적인 반대 투쟁에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전환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노조는 미국에 5년간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그룹 차원의 발표에 “사측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고 압박에 나섰다.

    노조는 전기차와 주요 부품을 국내에 배정해 직접 만들고,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기차 전략 실행이 늦을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며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성공에 생존이 달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기차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전기차 시장 규모가 2025년 1120만대, 2030년 311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IHS마킷은 2025년 1220만대에 이르는 전기차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