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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출신을 반대하던 금감원 노조가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에 대해 우려보다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창화 금융감독원 노조위원장은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관계를 개선해 잘 지내라는 의중이 담긴 인사 같다”고 논평했다.
그동안 금감원과 금융위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을 놓고 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동석한 상황에서 예산 독립은 금감원 독립성 확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은 위원장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은보 금감원장과 함께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된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갈등보다는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두 사람은 행시 28회 동기로, 나이는 정은보 금감원장이 1961년생으로 한 살 많다.
두 사람은 과거 기재부와 금융위에서 손발을 맞췄던 경험이 있다. 1987년 재무부 국제금융국에서 함께 일을 했고 2010년 금융위에서 각각 국장을 역임했다. 2012년에는 금융위 사무처장을 번갈아 지냈다.
또 금감원 노조는 신임 금감원장이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창화 노조위원장은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이 교수 출신이 아니고 경제관료 출신이어서 힘있게 금감원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감원 노조는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 중에 교수 출신을 반대해왔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을 겪으면서 교수 출신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더 생겼기 때문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관료 출신이어서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공공기관 지정 및 예산 독립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사실상 금감원의 독립성 보장과 일맥상통한다.
오창화 노조위원장은 “공공기관 지정이나 예산 독립 등 숙원 과제들을 잘 해결해주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지난 5월 7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물러난 이후 3개월간 수장 없이 김근익 대행체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산적한 현안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비롯해 DLF(파생결합증권) 소송 사태, 금융소비자보호법 안착, 가상자산거래소 규제 등을 어떻게 대처하고 풀어갈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올해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 승진 논란과 감사원이 금감원의 사모펀드 감독 책임을 물어 국장급들에게는 주의를 주는 대신 일반직원들에게는 정직 처분을 내려 노조의 공분을 샀다.
한편, 금융위는 정은보 금감원장에 대해 “금융 정책 및 국제금융 분야에 대한 탁월한 업무 전문성과 거시경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국내외 금융환경에 대응해 금융감독원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금융감독원의 새로운 도약과 신뢰 제고를 견인해나갈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은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등 대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력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현시점에서 금감원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