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논란① 카뱅·토스 불참 선언…은행도 "따로 간다" 잰걸음카뱅 앱 월간 사용자수, 1335만명…KB(800만명)·신한(748만명)제쳐하나, 중고차 직거래 경매플랫폼을 출시…신한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 시중은행과 빅테크 간의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플랫폼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당국은 빅테크를 주축으로 은행 전체가 참여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겠다는 취지이나 은행권은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미래 금융산업에 대한 플랫폼 전쟁이 '대환대출'이라는 촉매제로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상장과 동시에 업종내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면서 은행을 넘어선 플랫폼 기업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데 대한 경계감도 상당하다. 

    ◆ 문제는 '대환대출'이 아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독자적인 대환대출 플랫폼 개발에 나서면서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빅테크를 활용한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역시 은행 공공 플랫폼에 불참하기로 했는데 각각 카카오페이와 토스의 플랫폼을 통해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은 빅테크를 활용한 플랫폼에 참여했다가 자칫 빅테크에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수료 문제도 숙제다. 빅테크서 플랫폼 이용료인 수수료를 올리고 내림에 따라서 은행들의 금리 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애초 각 은행들의 대출 상품의 정보를 토스 및 카카오페이 같은 핀테크업체에 전달하면 핀테크업체가 해당 상품을 비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고객이 간단하게 모바일 앱을 통해 값싼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플랫폼을 구축해 금융사들 간의 금리인하 경쟁까지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다만 은행과 빅테크 간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오는 10월 출범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은 손쉬운 경쟁으로 이동을 의미한다. 단순하게 수수료 경쟁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면서 "대출 플랫폼이 향후 다양한 산업 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만큼 특정 기업을 기반으로 따라가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 카뱅, 상장과 동시에 시총 1위 

    특히 시중은행은 지난 6일 카카오뱅크가 상장과 동시에 업종내 시가총액 1위로 오를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년째 '리딩뱅크' 경쟁을 진행해온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시총은 각각 22조원, 20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카뱅은 단박에 35조원대 기업으로 우뚝 섰다. 

    카뱅의 상승세는 거침없다. 앱 월간 사용자수(MAU)는 1분기 기준 1335만명으로 KB국민은행(800만명), 신한은행(748만명)에 크가 앞지른다. 금융권 1위다. 

    출범 초기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연계한 송금 기능에 중점을 뒀다면 현재는 군더더기 없는 상품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예를들어 시중은행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우대금리'가 카뱅에는 없다. 

    시중은행서는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신용카드를 만들고 또 매월 특정 금액 이상을 사용해야만 금리를 우대받는 조항이 흔하다. 대신 카뱅은 자체 신용평가제도를 활용해 금리를 산정한다. 앱 플랫폼이 가진 단순한 UX(사용자 경험)가 상품 가입과정까지 동일하게 연결된다. 

    카뱅이 미래고객인 10대를 공략한 '카카오mini'도 혁신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작년 10월 14~19세 전용상품으로 출시한 뒤 가입자수는 85만명을 돌파했다. 만 14~19세인구의 40%수준이다. 

    물론 논란도 적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수성을 살려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정작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 주를 이룬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최근 중금리대출 확대로 평균 금리가 올라가면서 6월 평균 마이너스 대출금리는 5대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 ▲ ⓒ카카오뱅크
    ▲ ⓒ카카오뱅크

    ◆ 은행들,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나

    카뱅의 승승장구 속에 은행권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당장 순이익 면에서 카뱅의 실적이 5대은행에 크게 못미치는 규모이나 '플랫폼' 역할에 따라 미래 순위는 뒤짚힐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올 상반기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1조4426억원에 달해 지난해보다 무려 13.1%나 성장했다. 신한은행 역시 1조3709억원이나 된다. 카뱅의 1분기 순이익은 467억원으로 2분기 실적은 오는 15일 발표된다. 

    최근 은행들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준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각 은행들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 중고차 직거래 경매플랫폼을 출시했고 신한은행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해 입찰 공고를 냈다. 

    동시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접근성이 떨어진 기업금융확대, 전문적 자산관리(WM)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증시서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면서 은행들 역시 플랫폼 기업으로서 전환속도가 빨라졌다"면서 "단순히 디지털 전환을 뛰어 넘어 은행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플랫폼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