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제품 수급 여건 개선, 마진 하락 전망LG에너지솔루션, 잇단 리콜에 연내 상장 계획 차질충당금 설정 부담, 신뢰도 저하 속 성장 전략도 '흔들'
  • ▲ LG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 LG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LG화학의 실적 전망이 어둡다. 수익을 견인해 온 석유화학 부문의 하락 사이클 진입이 점쳐지는 가운데 배터리 화재와 관련, 추가 충당금 반영이 예고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또 화재 발생에 따른 대규모 인명 피해 우려로 지난 2019년 이후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전국 건물 내 설치된 ESS(에노지저장장치)에 대한 보상 역시 진행중인 만큼 경영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잇단 화재로 신뢰도에 타격을 입으면서 IPO 마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자금 조달 계획이 불확실해지면서 불어나는 차입 부담을 덜어내기는커녕 중장기 성장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LG화학은 연결 기준 매출 11조1851억원, 영업이익 1조2393억원의 3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 7조5072억원에 비해 48.9% 늘어나면서 2019년 4분기 이후 전년대비 증가세가 8분기 연속 이어질 전망이지만, 전분기 11조4561억원에 비해서는 2.36%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동기 9020억원에 비해 37.3% 증가하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전년대비 개선세가 6분기째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분기 2조1398억원 보다는 42.0% 감소할 전망이다.

    당장은 석유화학 부문의 타이트했던 수급 여건이 2분기를 정점으로 완화되면서 수익성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은 석유화학 업황의 대표 제품인 에틸렌 글로벌 수급률이 상반기 94%에서 하반기 82%까지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미국의 천재지변 충격에서 벗어나 하반기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풀이되면서다.

    전창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석유화학 부문이 과열된 전방 산업 수요의 하향 안정화에 따라 매출이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주요 제품 스프레드 축소로 수익성도 전분기에 비해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최근 GM이 쉐보레 볼트EV 7만3000대를 추가하기로 하면서 관련 충당금 부담이 커졌다. 볼트EV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가 모듈로 조립한 배터리가 탑재됐다.

    GM은 10억달러를 투입해 북미에서 판매한 2019~2022년형 모델을 대상으로 추가 리콜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와 버몬트주 등에서 볼트EV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다.

    앞서 2017~2019년식 볼트EV에 대해 리콜을 한 데 이어 두 번째 리콜이다. 이에 따라 전체 리콜 규모는 14만2000대로 늘었다.

    리콜 비용이 늘어나면서 배터리를 공급한 LG의 부담도 함께 커졌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볼트EV 리콜 충당금으로 총 3256억원을 반영했다. 1차 리콜 비용 8억달러(9410억원) 중 LG전자가 2346억원, LG에너지솔루션이 910억원을 각각 반영한 것이다.

    1차 리콜 비용 중 35%가량을 LG가 충당금으로 쌓은 것을 감안, 2차 비용에서도 같은 비율로 부담할 경우 LG는 4142억원을 또 반영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LG의 부담액이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리콜 범위가 사실상 전체 볼트 차종으로 확대됐고, GM이 화재 원인을 배터리 셀 제조 결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리콜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셀에 음극 탭 결함 및 분리막 접힘 등 희귀한 두 가지 제조 결함이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배터리 셀 제조 결함'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코나EV 리콜도 이 같은 맥락으로 진행됐다. 코나 리콜 비용 합의 당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분담 비율은 각각 30%, 70%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책임(배터리 셀 불량)이 현대차의 책임(BMS 오류, 과충전)보다 컸다고 본 것이다.

    코나 사례가 GM 리콜에서도 반영되면 LG의 충당금은 불어날 수밖에 없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GM 볼트와 현대차 코나 등 LG에너지솔루션이 판매한 제품들에 대한 대규모 리콜 사건의 반복은 향후 충당금 상향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구조적 비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 중장기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 ▲ LG화학, 2019~2021년 분기별 충당부채 설정 내역. ⓒ하이투자증권
    ▲ LG화학, 2019~2021년 분기별 충당부채 설정 내역. ⓒ하이투자증권
    잇단 화재사고로 단기 신뢰도 저하가 우려된다. 생산기술과 공정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대규모 추가 수주 여부와 고객사 이탈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대 성장동력원이던 중대형 전기차 배터리는 현대차 및 GM 리콜 결정에 따른 타격으로 배터리 품질 이슈, 추후 수주 활동 및 가격 협상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IPO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이로 인해 중장기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까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리콜 조치 방안,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연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IPO를 지속 추진할지에 대해 10월까지 결정해 시장과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6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이후 관련 절차를 밟아오다 최근 심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상장이 지연될 경우 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GM과의 합작사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5년까지 공장별 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다. 또 폴란드에 중국에도 각각 6조7000억원과 2조3000억원이 들어가는 증설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현대차와 함께 인도네시아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양사가 약 1조1700억원을 투입하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절반을 부담한다. 역시 연내 착공 예정이다. 10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별도로 만드는 인도네시아 배터리 2공장도 첫 삽을 뜰 예정이다.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IPO 이후 배터리 소재 사업을 자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기존 양극재 사업은 2020년 4만t에서 2026년 6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양극재 재료가 되는 메탈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광산업체와의 JV도 진행 중이다.

    CNT(탄소나노튜브) 생산 규모 또한 2021년 1700t에서 2025년까지 세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배터리 재활용 등 첨단소재 부문과 생명과학, 재활용 플라스틱 등에 대한 투자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상반기 LG화학의 연결기준 부채 규모는 25조2439억원으로, 2015년 상반기 5조7340억원 이후 6년 연속 증가하면서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45.4%에서 117%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