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살리기' 최적 시나리오신용도↑, 자금조달↑, 투자지원↑ "캐시카우 역할 계속해야… 당근책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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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고강도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SK E&S를 SK이노에 붙여 SK온 지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로, 합병비율 산정 및 투자자 설득 등 합병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와 SK E&S 합병 시나리오가 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으로서 현실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사 합병을 위해 주주 달래기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지만, SK온을 살리려면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데에 중론이 모이고 있어서다.SK온은 2021년 4분기 출범 이후 최근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실현했다. 해당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2조5876억원에 달한다. SK온이 SK이노의 배터리 사업부로 있을 당시를 포함한 누적 손실 규모는 3조원을 이미 훌쩍 넘긴 상태로, 올 2분기에도 3000억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미국 정부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보조금 축소, 수율 문제 등으로 흑자 전환 시기가 지연됐다. 여기에 2022년 5조원, 2023년 6조8000억원 등 해마다 조단위 설비투자(CAPEX)가 지속 중으로 올해도 7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SK온이 누적된 적자로 자금줄이 말라붙은 데다 차입보증을 서온 모회사 SK이노 또한 재무 부담 가중으로 지난 3월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투자금 마련 여력이 축소됐다. 이에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가진 SK E&S가 구원투수로 급부상한 것으로, 양사 합병설에 탄력이 붙고 있다.SK이노와 SK E&S는 SK그룹 지주사인 SK㈜가 각각 지분 36%와 90%를 보유한 중간지주사다. SK E&S는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꾸준히 창출 중인 알짜 회사로, 연간 4000억원 이상의 배당금도 SK㈜에 안겨주고 있다.SK이노는 SK E&S와의 합병 시 재무 부담 완화로 신용도 상승을 꾀할 수 있다. 신용등급 상향으로 원활한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한편 SK E&S 사업에서 창출된 현금으로 SK온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수월해진다.다만 합병비율 산정과 주주 설득 등 합병을 위한 해결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SK온을 돕기 위해 알짜 회사를 SK이노에 넘기는 것에 대해 상장사인 SK㈜ 주주 반발이 예상된다. SK E&S가 합병 이후 기존과 같은 규모의 배당에 나설 수 없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SK㈜ 주식 절반 이상은 소액주주가 갖고 있다.비상장사인 SK E&S와 상장사인 SK이노의 합병을 위한 가치평가를 두고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SK이노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9배로 유가증권시장 평균(0.9배)의 절반에 그친다. SK㈜로서는 SK E&S의 가치를 높여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SK이노 주주 반대가 거셀 수 있어 양사 시너지 창출 등을 이유로 주주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특히 SK E&S가 발행한 3조135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설득하는 문제가 최대 과제로 지목된다. RCPS는 만기가 도래하면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다.SK E&S는 SK이노와의 합병 과정에서 KKR이 중도 상환을 요구할 시 배당금 등을 합쳐 3조4000억 가량을 현금으로 갚거나 강원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등 핵심 도시가스 사업을 내줘야 한다. 어느 쪽으로든 SK E&S는 SK이노와의 합병 실익을 잃게 된다.SK그룹이 SK E&S의 기업가치를 높게 산정해 KKR로부터 보통주 전환을 유도하거나, SK온 IPO(기업공개)에 따른 기대 수익을 KKR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RCPS 조건을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업계 관계자는 “SK E&S가 핵심 사업을 넘겨주거나 3조원 넘는 자금을 KKR에게 돌려주게 된다면 SK이노와의 합병이 무의미해진다”며 “합병 이후 캐시카우 역할을 계속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KKR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당근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