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러간 기술반환 악재 겪고 곧바로 호재… 미국진출 방향 전환에볼루스 3대주주 대웅… '나보타' 美 수익 활용 가능성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 상대 소송 압박 더 거세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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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공교롭게도 앨러간(현 애브비 계열사)으로부터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신경독소 후보 제품) 관련 기술권리를 반환받은 시점이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가 향후 미국진출에서 에볼루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사인 에볼루스는 최대주주인 알페온이 지난 2일(현지시각) 259만7475주를 매각하면서 기존의 2대주주였던 메디톡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로써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의 746만3652주를 보유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알페온은 606만4871주로 내려가면서 2대주주가 된다.

    앞서 메디톡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에 따라 에볼루스의 지분 676만2642주를 취득한 바 있다. 여기에 8월 들어 꾸준하게 에볼루스의 주식을 매입해 왔다.

    메디톡스가 에볼루스의 최대주주가 된 것은 크게 2가지에서 주목된다. 미국진출 방향 전환과 대웅제약을 비롯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에 미칠 파장이다.

    메디톡스는 2013년 앨러간과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미국진출을 준비해왔다. 당시 액상형 제제는 메디톡스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앨러간이 8년의 기간동안 임상 진행을 지지부진 끌어오자 일각에서는 메디톡스와의 계약이 '견제'를 위한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앨러간이 자사 제품 개발시간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최대 경쟁사가 될 메디톡스를 계약으로 묶어뒀다는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메디톡스와 앨러간은 이번 기술반환 사유에 대해 밝히지 않아 어느 쪽에서 어떤 이유로 계약을 종료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메디톡스로서는 앨러간의 그늘을 벗어나게 됐고, 곧바로 믿을만한 에볼루스를 손에 넣게 됐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과의 파트너십에서 적극적인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나보타' 관련 2013년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후 2016년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고 2019년 미국 판매를 시작할만큼 메디톡스·앨러간 파트너십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미국진출에 있어서는 여러방향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결국 메디톡스가 에볼루스를 향후 기업가치 상승의 동력으로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껄끄러운 관계인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의 3대주주라는 점도 여기에 포함된다.

    에볼루스와 대웅제약 간 계약에 따라 에볼루스는 미국 내에서 나보타 외 경쟁제품은 판매할 수 없다. 메디톡스가 에볼루스를 통해 액상형 제제 출시를 진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보인다.

    오히려 나보타의 미국 판매가 늘어나는데 대한 수익을 메디톡스가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약변경 등의 번거러운 절차를 굳이 선택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메디톡스가 향후 미국 진출을 앞둔 국내 기업에 대한 압박을 더 조일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나보타로 챙기는 대신 경쟁사를 막겠다는 전략을 세울수 있다. 

    메디톡스가 에볼루스의 최대주주가 된 밑거름도 대웅제약과의 ITC 소송결과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디톡스는 최근 세계적 로펌 '퀸 엠마뉴엘'을 선임하고 자사 균주를 도용해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별개로, 그간 준비해온 액상형 제제에 대해서는 앨러간의 임상 3상 결과를 검토한 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앨러간의 기술반환으로 입은 출혈을 메디톡스가 향후 어떻게 봉합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진출은 메디톡스에 이전과는 다른 의미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