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와 선복량 격차 더 벌어져과징금 우려에 선박반납해야할 처지국감 공방도 제자리, 논란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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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동남아 노선을 운영 중인 A 해운사는 주력 선박인 3000TEU급 컨테이너선 추가 발주를 고민하다 포기했다. 해상운임 상승으로 내년에도 이어질 해운 호황을 기대하며 자금 100억원을 마련키로 했지만, 갑자기 날아든 과징금 폭탄에 모든 계획을 중단했다. A 해운사 관계자는 "예고된 과징금만 수백억원에 달해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며 "장기 운송계약 문의가 줄을 잇는데 답변도 못하고 돌려보내고 있다"고 했다.공정거래위원회가 예고한 해운업계 8000억원 과징금으로 중소 해운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물동량 증가로 모처럼 선복량 확충에 나서야 할 때 과징금 마련 부담에 투자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A 해운사 뿐 아니라 1000TEU 선박을 운영 중인 B 해운사는 추가 발주는 커녕 용선 중인 선박 반납을 고려 중이다.4년 째 끌어온 운임담합 논란은 올해 국정감사 이슈로 떠오르면서 마침표가 찍힐 것으로 전망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공정위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소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명시했다.국정감사를 거치고도 공정위와 해운사들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김태흠 농해수위 위원장은 "해운사들을 관리·감독하는 해수부가 운임담합 행위를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하는데 공정위가 왜 논란을 일으키느냐"고 질타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위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힘을 과시하려는 느낌이 든다"며 "농해수위 소위를 통과한 해운법 개정안에 대해 공정위도 동참하라"고 압박했다.하지만 공정위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화주나 소비자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 공정위가 담합을 제재하는 이유"라며 "해운사들의 담합은 공정위가 절차를 밝아서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도 "피심의 기관, 주무 부처 의견을 전원회의에서 듣고 최종 결정이 날 것"이라며 "업계에 미치는 영향, 해운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과징금 수준도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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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8000억 과징금 논란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농해수위가 내세운 개정안은 이미 과징금 부과를 통보한 공정위 처분을 무력화 하기 위한 소급적용이 포함돼 있어 위헌소지가 있다. 또 공정위 역시 정치권 반대를 무릅쓰고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일치된 의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택할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했다.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될 수록 해운업계, 특히 중소 해운사들의 타격이 커진다는 점이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공정위 조사가 4년차에 접어들고 있는데 결론이 늦어지면 불확실성만 지속되는 것"이라며 "해운사들이 선박건조계획, 운항계획 등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해운협회에 따르면 국내선사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12개 선사들이 보유한 선박을 모두 팔아도 모자라는 규모다.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해외 공룡선사들과의 선복량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문제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위 해운사 HMM의 선복량은 84만TEU로 세계 8위 규모다. 현재는 1위 머스크(덴마크)부터 7위 에버그린(대만)까지의 평균 선복량 272만TEU와 188만TEU 격차가 나지만, 3~4년 후에는 219만TEU로 벌어진다.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적용되는 해운시장에서 선복량 격차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김 부회장은 "해운기업들이 얼마나 과징금을 준비해야 할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추가 선박 발주를 위한 금융보증도 불가능해진다"며 "해운기업의 불황은 결국 수출화물 화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