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BRT 55개 추가 구축…노선 선정하고 공개 미뤄노형욱 "시장안정 진입 초기단계"…정부 집값잡기 안간힘에 배치행정력 낭비·효과 미지수…"최선 다했다" 생색·공무원 보신주의 지적도
  • ▲ 세종 BRT 달리는 전기굴절버스.ⓒ연합뉴스
    ▲ 세종 BRT 달리는 전기굴절버스.ⓒ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정책 헛발질에 옭혀 교통정책을 기형적으로 발표하는 촌극을 빚고 있다. 부동산시장 과열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광역교통대책이 과열을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지난 3일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종합계획 수정계획('21~'30)을 확정, 발표했다. BRT는 전용도로와 우선신호체계 등의 시설을 갖추고 도시철도에 준하는 정시성 확보가 가능해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대중교통수단이다.

    이번 대책은 3기 신도시 조성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추진 등 교통여건 변화를 반영해 오는 2030년까지 전국에 55개 BRT 노선(수도권 25·지방 30개)을 추가로 구축하는 게 골자다. 대광위는 철도·도로 등 관련 교통계획과 지방자치단체 의견,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노선을 선정했다.

    하지만 대광위는 이날 선정한 BRT 사업노선을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노선은 오는 8일 수정계획을 고시하며 공개할 예정이다.

    국토부가 BRT 전국망을 구축한다고 발표하면서 정작 노선은 시차를 두고 소극적으로 공개하는 배경에는 부동산시장이 있다. 집값 상승세가 멈칫하면서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을 시장에 투영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하고 "최근 시장 관망세 분위기가 발견된다. 선행지표인 매수심리지수 등 여러 객관적인 지표가 안정적으로 접어드는 게 뚜렷하게 보인다"며 "시장이 안정국면으로 진입하려는 초기단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런 분위기 확산을 위해 내년 상반기에 민간사업 물량 1만2000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추진하는 등 주택공급 속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런 중대 기로에 BRT 구축망을 기존 계획보다 3배 이상 확대한다는 이번 발표는 국토부가 나서서 부동산시장에 개발호재를 던져주는 자충수를 두는 꼴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BRT 확대 발표와 선정 노선 공개에 시차를 두는 것은 부동산시장 상황이 중요한 시기여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노 장관은 간담회에서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사업과 관련해 "현시점이 예민한 시기"라며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개발호재로 받아들여지면 시장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국토부 장관 출입기자단 간담회.ⓒ연합뉴스
    ▲ 국토부 장관 출입기자단 간담회.ⓒ연합뉴스
    국토부의 이상한 정책발표는 BRT 전국 확대가 언론보도를 타면 시장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구체적인 노선은 시차를 두고 관보 등에만 공개하면 관심 있는 사람만 찾아보는 식으로 일반인의 관심은 덜할 거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을 잡겠다며 20차례 이상 내놓은 부동산정책이 헛발질에 그치면서 교통정책 발표가 기형적인 형태로 이뤄지게 된 셈이다.

    문제는 국토부의 이런 꼼수 발표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는 데 있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보 확산 속도가 빠른 데다 언론도 추후 공개될 사업노선에 관심을 기울일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국토부도 이런 분위기를 알지만, 공직사회 특유의 보신주의가 관련 정책을 이중으로 발표하는 행정 낭비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토부로선 정부가 조기 대출규제 등으로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시장에 개발호재를 제공하게 되니 당연히 몸을 사려야 할 것"이라며 "(공무원들로선 정부나 부처 내부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최소화하려고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생색을 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과열 잡기와 개발호재 제공이라는 모순된 상황에서 추궁을 피하려는 공무원들의 꼼수가 발휘됐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