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약기간 12월 종료…재재연장 불투명EU심사 3년 제자리… LNG선 제한 등 비관 전망대우 몸값 3.6조 → 2.6조… 새 인수자 나설 수도
  • 3년째 끌어온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U집행부의 경쟁국 기업결합 심사가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공정위 심사도 지연되고 있어 답답한 모양새다.

    5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따른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 기간은 12월31일까지다.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체결한 이 계약의 인수합병 마무리 시점은 지난해 9월 30일이었다. 하지만 1년이 넘게 지연되는 동안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은 승인했지만 EU가 발목을 잡았다. 조선업 고객인 주요 선사들이 밀집한 EU집행부의 승인은 꼭 받아내야 하는 관문이다.

    EU심사가 지연되는 동안 인수기한은 4번 연장됐다. 지난 9월 인수기한 종료 시점에서 산업은행은 기간을 다시 연말까지로 미뤘다.

    EU집행부가 두 회사의 결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LNG선박 독과점 우려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LNG선박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한다. LNG선박은 탄소중립 규제를 강화시키는 국제해사기구(IMO)의 방침을 등에 업고 고가에 팔리고 있다. 영하 163˚C 극저온의 액화천연가스를 실어나르는 LNG운반선은 척당 2억 달러가 넘는다.
  • ▲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자료사진
    ▲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자료사진
    현대중공업그룹은 EU집행부와의 접촉면을 늘리며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LNG선박 점유율을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하는 것인데, 현실적인 대안으로 LNG사업부문을 제외한 인수합병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고부가가치를 지닌 LNG부문을 포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를 뺀 인수합병 시나리오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U 심사를 기다려온 한국 공정위도 고심이 깊다. 비슷한 상황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니 결합 심사는 '연내 마무리'를 공언했지만,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속도를 내겠다'는 선에 그쳤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자국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하고 나면 더이상 인수기한을 연장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한국 1, 2위 국적사의 결합인 만큼 당국이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으니 해외 당국도 이를 고려해달라는 의도도 있다"고 했다. 자국 공정위도 심사를 끝냈으니 EU도 결론을 내달라는 압박이다. 하지만 더이상 쓸 카드가 사라지는 최후의 수단인 만큼 공정위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끝내 무산으로 결론날 경우 산업은행은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7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붓고도 5년째 제자리에 돌려놓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수년간 이어진 조선불황으로 재무구조가 많이 악화되긴 했지만, 올해 수주실적은 좋아 장기적 전망은 나쁘지 않다"며 "시가총액도 지난 계약 당시 3조6000억원 수준에서 2조6000억원으로 1조원 가량 낮아서 관심 갖는 그룹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