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귀국 첫 화두 "냉혹한 현실 보니 마음 무거워"글로벌 시장 급변 속 경쟁 심화 현실 직시... '위기감' 드러내이제는 '퍼스트무버'... 미래 삼성 그리기 본격화반도체 중심 '5G-신공지능-바이오' 육성 총력 나설 듯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오후 열흘 간의 미국 출장길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오후 열흘 간의 미국 출장길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뉴데일리DB
    5년 만에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번 행보로 삼성 안팎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과 달리 정작 이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 구도를 직접 목격하며 미래 경영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 모습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경제 상황과 삼성을 둘러싼 경영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24일 오후 열흘 간의 미국 출장길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소회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만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경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위기감과 우려를 동시에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정점을 찍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파운드리에서는 최대 경쟁자인 대만의 TSMC가 투자를 확대하며 격차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8%로 2위인 삼성전자(14%)와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TSMC의 경우 이미 한발 앞선 투자와 5nm(나노미터) 수주에 나서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어 미국 인텔 등도 선제적으로 투자 결정에 나서며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애플과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중국의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여기에 반도체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명분 아래 영업비밀에 가까운 데이터를 요구받기도 했으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코로나19 상황 등은 삼성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 부회장이 지속적인 현장경영을 통해 현재 상황을 '가혹한 위기 상황', '생존'이라고 표현하며 도전의식을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뉴삼성'을 이끌어가야 하는 무거운 사명을 짊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뉴 삼성을 비전 달성을 위한 이 부회장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현재의 삼성을 이뤄낸 이건희 시대를 지나 퍼스트무버로 미래의 삼성을 완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바이오와 5G, 인공지능(AI) 등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 바이오 업체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4차 산업혁명에서의 핵심 인프라인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한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최종 마무리 지으며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새로운 생산기지 구축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미국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 신규 라인은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이다.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테일러시 공장이 완공되면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결정은 이 부회장의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 달성 의지를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지난 2017년 미래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차량용 전장분야에서 '하만'을 약 9조에 인수한 이후 자취를 감춘 M&A 추진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바탕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5G와 AI(인공지능), 전장, 바이오 등을 미래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과 2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DS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등 선행 연구조직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 뒤 혁신 노력에 가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또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