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혁 복지 2차관 “2군 항암제 적용, 환자간 형평성 문제로 변질” 靑 국민청원서 21만5000명 동의했는데 기존 환자만 ‘선의의 피해자’ 논란 암환자들 “신규 환자에게도 제도의 연속성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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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신포괄수가제 적용 범위에 면역항암제 등 2군 항암제가 배제된다. 고가의 약제에 ‘본인부담 5%’라는 혜택을 위해 대기했던 환자들은 고배를 마셔야 하는 상황이 됐다.논란이 가중되자 정부는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한다며 기존의 환자에게는 제도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신규 진입은 차단했다. 만약 이 시기를 놓쳤는데 면역항암제 급여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환자는 1년에 약 1억원 수준의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지난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포괄수가제 항암제 급여폐지 반대’ 관련 글이 올라왔고 약 21만5000명이 동의했다. 이에 류근혁 복지부 2차관은 해당 내용의 답변을 최근 공개했다.류 차관은 “정부가 이번에 시행하는 신포괄수가 개선안은 그간 현장에서 잘못 적용되고 있는 적용 기준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특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지불제도 차이에 따른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즉, 신포괄수가 시범사업 설계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그간 신포괄수가제 내에서 반영됐던 ‘2군 항암제 본인부담 5% 적용’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그러면서 “제도 개선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기존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현재 5%의 본인부담을 적용받아 치료받는 환자들은 내년에도 종전과 같은 본인부담 수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선의의 피해자’ 기준 모호… 환자들 “제도의 연속성 보장하라”류 차관의 답변 내용 중 ‘선의의 피해자’ 발언에 환자들의 울분이 커지고 있다.이미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던 환자는 보호해야 할 대상이고 대기 중인 상태의 환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23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측은 “해당 제도를 이용하려던 암환자들은 제도 폐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예상돼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어찌 이들도 선의의 피해자가 아닐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이어 “정부는 치료를 준비하고 있던 환자들에게도 납득이 가능한 대안이나 향후 개선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역항암제의 경우 1사이클당 수백만원을 호가하고 통상 연 단위로 1억원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도의 혜택 없이는 치료를 진행하기 어려운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결국 기존 환자의 치료 연속성에서 벗어나 ‘제도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암환자들의 요청이 커지고 있다, 시범사업 진행과정에서 긍정적인 반응과 효과가 나타났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다.한 암환자는 “재난적 약값 부담을 덜어내고 면역항암제 치료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같은 질환과 증상이라도 시기를 못 맞춰 본인부담 5%라는 제도적 혜택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자절감이 크다”라고 밝혔다.이어 “단순히 기존 환자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환자에게도 문을 열어 두는 것이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