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값 반토막, 후판 협상 앞두고 기싸움역대급 수주 조선업계 사활 "톤당 100만원 이하로"철강업계, "내년 전망 불투명, 무작정 못 내려"
  • 역대급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가 내년 후판가 협상을 앞두고 철강업계와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후판(두께 6mm 이상)은 선박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자재인 만큼 양 측 기싸움은 팽팽하다.

    후판 가격 협상의 중요한 변수는 철광석 값이다. 원자재가 오르면 철강업계는 제품 가격을 올려왔다. 올해 2차례 협상에서도 철광석 가격 인상을 이유로 각각 10만원, 30만원씩 올렸다. 올 하반기 조선 후판가격은 톤당 11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2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톤당 125.31달러다. 지난달 100달러 선에서 다소 상승했지만, 지난 7~8월 200달러가 넘던 것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내년 철광석 가격은 톤당 평균 70달러로 전망했다.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조강 생산량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올해 하반기 후판가 협상이 철광석 값 고점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를 들어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톤당 100만원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인식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후판 가격을 감당하기 위해 조선 3사는 손실충당금으로 버텨왔다"며 "가격 인하 요인이 생겼다면 당연히 철강재 값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 ▲ 위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VLCC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LNG선ⓒ자료사진
    ▲ 위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VLCC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LNG선ⓒ자료사진
    조선업계가 후판 협상에 예민한 이유는 올해 잔뜩 따낸 수주량 때문이다. 한국 조선산업의 올해 11월까지 수주량은 1696만CGT(397척)으로 지난해 815만CGT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선박은 수주 이후 설계를 거쳐 도크에서 건조되는데 올해 수주량은 내년 이후 본격 소화된다.

    남은 일감을 나타내는 수주잔량은 2899만CGT로 향후 3년간 일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필요 후판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이번 후판 협상 결과는 내년 실적과 직결될 전망이다. 특히 조선 빅3는 이미 후판가 상승을 대비한 손실충당금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한 상태다. 후판가격을 톤당 115만원으로 가정한 금액이다.

    철강업계도 완강하다. 철광석 가격 전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무작정 가격 인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철광석 가격 변동폭은 200%를 넘어섰다. 철강재 생산의 또하나의 원재료인 철스크랩 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다.

    철광석 가격을 좌우하는 중국 정책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협상의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국 철강 생산량이 최소 5000톤 이상 감축될 것으로 내다보지만, 일부 반론도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내년 경기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선제적 재정 및 통화 정책을 강조했다"며 "부동산 부문 규제 완화와 유동성 공급 확대는 철강 수요의 반등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