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수소프로젝트 중단수소차 3배 판매 실현 불가능정부 구상 흔들, H2 비즈니스 서밋 동력 떨어져
  • "인구 1000만 서울에 수소 충전소는 겨우 4개 뿐, 이런데 기업이 수소에 투자할까요."

    야심차게 시작한 수소 경제동맹이 정부의 지지부진한 투자 정책으로 흔들리고 있다. 수십조원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도 점차 발을 빼는 모양새다.

    3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2020년 7월에 출범한 수소경제위원회는 아직 다음 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소경제위는 관계부처 장관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수소 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지난해 11월 4차 회의에서 '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이 끊긴 상태다.

    수소경제위는 출범 당시인 2020년 7월에 1차 회의를 열고 석달 뒤인 같은 해 10월 2차 회의를 열었다. 이어 지난해 4월과 11월 3차, 4차 회의를 이어갔다. 이를 통해 도출한 기본계획은 2050년까지 연간 2790만톤의 수소를 100% 청정수소로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로드맵만 세워둔 채 투자계획은 빠져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0년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에서 160조원의 민관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수소경제 최우선 과제인 수소차에 배정된 예산은 수소차 구입 지원 예산 1조4000억원이 전부다. 수소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힘이 빠지는 이유다.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 수소차에 탑재하는 3세대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일시 중단했다. 3세대 수소전지는 전기차의 2차 전지보다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차세대 연료전지로 기대를 모았다. 이에 따라 2025년 제네시스 수소차 출시 계획은 상당부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설치된 수소충전소에 넥쏘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설치된 수소충전소에 넥쏘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뉴데일리 DB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다면 수소차 선두를 달리는 현대차의 글로벌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는 지난해 누적 판매 2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세계 수소차 점유율 55%를 차지했다. 수소차 시장은 2018년 처음 형성된 이후 매년 2배씩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차가 만약 수소차 사업에서 철수하면 정부의 수소경제 플랜에도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정부는 내년 수소차 보급량을 5만4000대로 현재보다 3배 가량 늘릴 계획이다. 수소차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유럽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수소연료차 사업을 철수하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은 현대차가 독주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현대중공업그룹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소 드림(Dream)으로 명명된 프로젝트는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모든 단계를 아울러 육해상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장기 플랜이다. 조선 부문에서 해상 풍력플랜트를 짓고 여기서 나온 전력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한다. 육지로 수송된 수소는 현대오일뱅크가 저장해 전기 생산에 쓰거나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생산 가능한 수소가 블루수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사업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방식인데, 수전해 기술을 활용한 그린수소 단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판매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청정수소의 범위를 그레이 수소를 제외한 블루·그린 수소 전체를 포함시키는 수소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지만, 여당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답보 중이다.. 현대차, SK, 포스코 등 16개 회원사가 모인 코리아 H2 비지니스 서밋 관계자는 "정부의 투자 의지를 믿고 기업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어렵게 투자 결정을 했다"며 "정부지원이 불투명해지면 기업 투자는 중단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