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않는 숙제 '직장 갑질'과 '성과배분'시총 5위 수준 급성장... 외연 성장에 내부 문화 못따라가괴롭힘 방지 개선안 마련, 새로운 보상체계로 갈등 봉합할까
  • ▲ 판교 네이버 사옥 ⓒ네이버
    ▲ 판교 네이버 사옥 ⓒ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는 판교를 대표하는 IT 기업이다. 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콘텐츠와 커머스 등 주요 산업은 세계로 뻗어나가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사 문제, 재택근무로 인한 구성원 간 갈등, 정부 규제 리스크 등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직면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 과제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네이버와 카카오의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매 분기,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외적 성장을 하는 만큼 조직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사 간 갈등이 불거져 왔다.

    네이버는 2021년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 극단적 선택 이후 조직 쇄신을 약속했으나 아직 노사 간 합의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내용으로 질타를 받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바꿔야 할 부분들은 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네이버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노사 공동 참여 ‘괴롭힘 심의위원회’ 등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해당 논의를 바탕으로 한 노사 간 협의는 3달째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네이버 노조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공익재단 ‘해피빈’에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상사 A씨가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일삼아 직원 15명이 퇴사했다고 폭로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이에 해피빈 근로자 전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진술 거부 등으로 사실관계 입증이 불가하다며 조사를 마쳤다. 이로써 네이버는 해당 문제로부터 무혐의로 인정받아 추가 수사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올 초 들어와서 카카오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먹튀’ 논란으로 노사 간 홍역을 치렀다.

    2021년 12월 10일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회사 주식 900억원 어치를 동시에 대량 매각했다. 이후 파장이 커지자 카카오는 1월 4일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해명했으나 반발은 지속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경영진의 자사주 처분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 되지는 않지만, 경영진의 자사주 판매가 소위 ‘고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투자자들에게 이해된다”며 “상장 한 달 만에 해당 모의를 조직적으로 한 점,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가 폭락할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경영진은 도덕적 해이에 대해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카카오 노조 역시 성명을 통해 류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위원장은 “류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사측이 밀어붙이면 류 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라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조는 사측이 요구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쟁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류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에 내정됐지만, 자진 사퇴 입장을 밝혔다.

    자사주는 양사의 성과 배분체계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자사주를 성과 보상체계로 마련해놨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21년 5월 스톡옵션으로 3년간 1년마다 200주씩 주는 것으로 성과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이는 2021년 2월 성과급과 인사평가 논란에 따른 것이다. 2020년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낮게 책정됐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보상체계 마련에 불을 지폈다.

    네이버는 자사 주식을 통한 보상체계만 3가지를 갖췄다. 전 직원에 ▲3년간 10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는 ‘스톡그랜트’ ▲1000만원 규모의 ‘스톡옵션’ ▲자사주 매입 금액의 10%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주식 매입 리워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측은 직원들에게 업무 동기를 부여하고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측면으로 자사주 보상체계의 취지를 설명했다.

    문제는 주식의 변동성과 경영진의 자사주 대규모 처분과 같은 변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으로 받아도 세금은 나가고, 4대보험 빼고도 30%대 세금을 낼 것이기 때문에 주식이 반토막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주식을 많이 찍어내서 (카카오페이 사례처럼) 시장에 바로 투매를 하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급격한 성장으로 겉으로는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자랑하면서 내부 조직 문화가 정립되지 못해 대기업을 답습했다고 분석한다. 창업자 중심에서 벗어나 주주 중심의 이사 경영 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내놓는다.

    이혁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족회사, 자사주 교환 등을 통한 창업주의 지배력 유지확대, 무분별한 물적분할, 상장 그리고 경영진의 단기차익실현으로 일반주주는 소외되고 시장의 신뢰는 하락했다”며 “(창업자 중심의 경영이 아닌) 주주의 승인을 받은 이사 중심 경영을 통한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노사 협의 결과로 구성원들 간 내부 분열에서 벗어나 ‘존경받는 기업’으로 도약할지 기로에 섰다”고 분석했다.
  • ▲ 판교 카카오 사옥 ⓒ카카오
    ▲ 판교 카카오 사옥 ⓒ카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