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대외신인도 비상에 1%대 저성장 비관론까지내년 수출 부진·제조업 경기 전망 악화… 내수 침체 가속野, 민생 외면 탄핵에만 몰두… "여야정이 위기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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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우리 경제는 복합위기 상황에 놓였다. 내수 침체가 뚜렷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경고등이 켜졌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내년과 내후년까지 1%대 저성장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불안정한 국내 정세가 원·달러 환율과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경제 문제에서만큼은 여야가 정쟁이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4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9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45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라는 추가 악재도 영향을 미쳤다.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국내 탄핵 추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400원대 고환율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 소비 냉각, 기업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와 고용 위축 등 내수 경제 부진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제조업과 수출도 내년에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서베이 지수(PSI)에 따르면 내년 1월 제조업 경기 전망치는 75로 급락했으며 이는 2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의 경우 내년 1월 PSI 전망치는 65로 떨어지며 심각한 위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들(150개사)은 내년에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1.4%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올해(1~11월) 총수출 증가율 8.3%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이다.문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가 이미 약화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역대 최장인 13개월째 내수 부진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도 2022년 2분기 이후 역대 최장인 10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년 성장률도 잠재성장률 2.0%를 밑도는 1.9%(한국은행)로 예고되기도 했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주력 산업 대부분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수출과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데 새해에는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면 외환위기의 위험이 커지면서 환율이 1500원대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은 물론 1% 미만의 성장률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우리나라가 맞닥뜨린 경제 및 대내외 불안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탄핵과 방탄에 몰두하고 있다. 끝 모를 증시 추락과 함께 원화 가치 역시 회복 불능의 수준으로 치닫는데다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무너져 내리고 있지만 정쟁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24일까지 내란 상설 특검 후보 추천 의뢰와 특검 공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일반특검법에 대해서도 "즉시 공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탄핵 추진 방침을 밝히고 한덕수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야권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위헌적 요소가 명백함에도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경제 위기에 직면한 만큼 여야정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이 본래의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예정된 경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기업 부담 법안은 자제하며, 무쟁점 경제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등 대외 신뢰 회복을 위해 국회, 정부, 경제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세계 경제 둔화와 주력 업종 경쟁력 약화로 내년 수출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경우 수출 여건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정부는 외환 시장 안정화 등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환경 조성에 힘쓰고, 국회는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는 규제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