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치약·구두약 등 마케팅 집중 수제맥주 범람편의점 타고 시장 급성장… 2023년 3700억원 규모 전망과도한 콜라보레이션 인한 이미지 소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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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성장한 수제맥주 시장이 색다름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이색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급속한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수제맥주업계는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수제맥주 업체 스퀴즈브루어리는 애경산업과 함께 ‘2080 이공팔공맥주’를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가수 윤민수의 캐리커처와 사인을 패키지에 담은 ‘오열맥주’를 출시했다. 지난해 말 미니스톱은 아맛나 맥주를 내놨다.

    업계에서는 콜라보레이션 수제 캔맥주가 급증한 것은 곰표 밀맥주 흥행부터로 보고 있다. CU가 대한제분과 선보인 곰표 밀맥주는 CU 내 전체 맥주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내 브랜드로 안착했다.

    이후 여러 업체들은 수제맥주 기업들과 손잡고 라면, 구두약, 아이스크림, 껌, 골뱅이 등을 내세운 다양한 수제 캔맥주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중에는 증권기업과 협업한 ‘따상주’, 배달업체와 협업한 ‘캬맥주’ 등 제품명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마케팅 중심의 제품들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성장과 과도한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역 양조장에서만 한정적으로 맛 볼 수 있던 수제맥주가 대중화되고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자칫 급격한 이미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수년 전 편의점 업계의 대용량 가공유·요구르트 미투 제품이나 식품업계 하얀국물라면, 바나나맛, 흑당 등도 극심한 이미지 소비로 인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주식·연예·생활용품 등 맥주의 맛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콜라보레이션도 요인으로 꼽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를 넘어 전체 주류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 “자극적이고 독특한 마케팅만을 위한 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이미지 소비가 가속화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등 주요 판매처에서는 수제맥주의 상승세를 놓칠 수는 없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거주지역 인근에서 술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편의점 수제맥주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CU는 지난해 수제맥주 매출이 약 270% 증가했다. GS25는 245%,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200% 이상 늘었다.

    전체 시장도 성장세다. 2017년 436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2020년 1096억원으로 처음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800억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속도로는 오는 2023년 3700억원대로 팽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일부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하지만 고객 분들이 많이 찾아주고 계신다”면서 “다양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