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늘어나며 소주·맥주 판매량 일제히 하락세수제맥주, 와인, 위스키만 순풍…IPO 추진 나서기도맥주 신제품 부진… 수제맥주 OEM 생산으로 활로
  • ▲ 오비맥주 배하준 사장이 '올 뉴 카스'를 선보이고 있다.ⓒ오비맥주
    ▲ 오비맥주 배하준 사장이 '올 뉴 카스'를 선보이고 있다.ⓒ오비맥주
    올해 주류산업은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 곳 중 하나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무색하게 1년 내내 확진자 급증으로 사적모임이 제한됐기 때문.

    이에 따라 주류의 판도 변화도 적지 않았다. 올해 주류업계를 웃고 울린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 혼술 전성시대… 집에서 마신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키워드는 바로 ‘혼술’이었다. ‘혼자 마시는 술’이라는 말의 준말인 ‘혼술’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사적모임을 갖기 힘든 상황에서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게된 트렌드를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실제 올해 내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사적모임이 무제한 허용되거나 식당 등 외식·유흥업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 기간은 한달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결국 전반적인 주류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치열해진 맥주 신제품·리뉴얼 경쟁 

    사실 올 초 만하더라도 주류업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올 초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하면 하반기에는 정상 영업이 가능해지리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실제 오비맥주는 지난 2월 신제품 ‘한맥’을 출시했고 지난 3월에는 대표 제품인 카스를 리뉴얼해 투명병으로 바꾼 ‘올 뉴 카스’를 선보였다. 

    롯데칠성음료도 6월 기존 맥주 제품 ‘클라우드’에 생맥주의 맛과 청량감을 더한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를 출시했다. 모두 올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제품이었다.
  • ▲ 지난 3월 리뉴얼된 처음처럼.ⓒ롯데칠성음료
    ▲ 지난 3월 리뉴얼된 처음처럼.ⓒ롯데칠성음료
    ◇ 소주 더 순해졌다 

    맥주 시장의 신제품 판매가 이어졌다면 소주시장은 보다 순해지는 리뉴얼이 강세였다. 롯데칠성은 지난말 소주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춘데 이어 3월부터는 ‘처음처럼 순한’을 ‘처음처럼 순’으로 리뉴얼하고 알코올 도수를 16도로 변경했다.

    이어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지난 8월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춘 것. 이런 소주업계의 변화는 보다 순한 술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됐다.

    ◇ 유흥시장 타격에 소주, 맥주 판매↓

    공교롭게도 이런 주류업계의 노력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유흥업소의 영업제한, 사적모임 제한은 연중 내내 지속됐다. 이는 고스란히 주류업계 매출의 타격으로 이어졌다. 

    하이트진로의 3분기 기준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2% 감소한 4951억원에 그쳤고 소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 줄어든 8032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칠성 역시 같은 기간 소주매출은 전년 대비 6.4% 감소한 166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례적으로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4% 늘었지만 이는 롯데칠성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에 따른 것으로 점유율 자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 ▲ 편의점 CU에서 판매된 곰표 밀맥주.ⓒBGF리테일
    ▲ 편의점 CU에서 판매된 곰표 밀맥주.ⓒBGF리테일
    ◇ 없어 못 파는 수제맥주 열풍

    실제 올해 주류업계 트렌드를 대표하는 제품은 기존 소주, 맥주 대신 수제맥주였다. 세븐브로이의 ‘곰표 밀맥주’가 올해 상반기 내내 품귀현상을 빚는 뜨거운 인기를 누리면서 수제맥주 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유흥시장 대신 편의점이 주요 주류구매 창구로 급부상한 것이 주효했다. 

    주요 편이점이 앞다퉈 수제맥주를 입점시키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로 인해 올해 출시된 수제 맥주는 양손 양발을 다 써도 세기 힘들 정도가 됐다. 여기는 홈술 트렌드와 MZ세대의 흥미, 재미 위주의 수요 증가가 주효했다. 
  • ▲ 지난 5월 상장한 제주맥주.ⓒ제주맥주
    ▲ 지난 5월 상장한 제주맥주.ⓒ제주맥주
    ◇ 수제맥주 IPO 추진 릴레이

    이런 흥행은 수제맥주가 잇따른 IPO(기업공개)에 나서게 된 배경이 됐다. 지난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에 이어 ‘곰표 밀맥주’로 흥행을 이끌었던 세븐브로이가 내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상장주간사를 선정했고 오뚜기와 손잡고 ‘진라거’를 선보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3~4년 내 IPO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외에도 ‘구미호 맥주’를 판매 중인 카브루, ‘붉닭망고에일’을 출시한 더쎄를라잇브루잉도 상장을 추진 중이다. 
  • ▲ 롯데마트 '제타플렉스(ZETTAPLEX)'의 와인전문점 ‘보틀벙커’.ⓒ롯데쇼핑
    ▲ 롯데마트 '제타플렉스(ZETTAPLEX)'의 와인전문점 ‘보틀벙커’.ⓒ롯데쇼핑
    ◇ 와인, 위스키 판매 급증

    홈술트렌드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주류는 와인과 위스키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와인 수입액은 4억1311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6.0% 늘었다. 와인 수입량이 5686만3000톤으로 전년 대비 47.6%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고가 와인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위스키 역시 같은 기간 수입액이 1억5434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위스키의 수입량 자체는 오히려 감소한 만큼 고가 위스키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협업 브랜드 KBC.ⓒ오비맥주
    ▲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협업 브랜드 KBC.ⓒ오비맥주
    ◇ 맥주사, 수제맥주 OEM 생산 개시

    맥주업계는 이 혼술 트렌드에 가장 큰 피해자였다. 수제맥주에 시장의 상당부분을 빼앗기면서 결국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OEM이었다. 롯데칠성은 ‘곰표 밀맥주’를 비롯해 ‘제주맥주’ 등의 5개 수제맥주의 OEM을 시작하면서 사실상 수제맥주 생산에 착수했다. 오비맥주 역시 수제맥주 협업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BC)’를 출범하면서 수제맥주 생산을 위한 협업에 나섰다.

  • ▲ ⓒ제주소주
    ▲ ⓒ제주소주
    ◇ 제주소주 철수

    맥주업계가 수제맥주와 손을 잡고 활로를 모색한 반면 중소 소주업계의 고난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이마트가 지난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의 철수를 결정한 것. 그동안 이마트는 제주소주에 지속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해왔지만 대표 제품인 ‘푸른밤’의 판매에 따른 적자가 누적되면서 사실상 사업을 접기에 이렀다. 구조조정 이후 법인만 남은 제주소주는 주류도매사 신세계엘앤비에 흡수되면서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치열해진 경쟁에 비방, 수사의뢰까지

    시장이 위축되는 중 맥주업계의 신제품 출시에 따른 경쟁으로 각종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자사의 홍보물을 하이트진로 측 직원이 무단으로 회소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도 오비맥주의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진로’의 네온간판을 ‘카스’의 네온간판으로 무단 교체했다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 건으로 일부 영업사원은 50만원의 벌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