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김혜정 이사장도 '탈핵 운동가'… 원전전문가 "염치 없다"정권말 '캠코더' 보은·알박기 인사 횡행… '한지붕 두사장' 촌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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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탈원전' 인사로 꼽히는 김제남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임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성 부족을 넘어 후안무치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권 말 문재인 정부의 제 식구 챙기기용 '알박기' 인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9일 원자력안전재단에 따르면 원안위는 전날 재단 이사회가 통과시킨 김 전 수석의 재단 이사장 선임 결정을 승인했다. 앞선 7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김 전 수석의 이사장 취업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김 전 수석은 오는 10일 취임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원전 관련 업계에선 원자력의 안전관리를 지원하는 재단 이사장 자리에 김 전 수석이 앉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전 수석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탈원전'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김 전 수석은 녹색연합 사무처장 출신으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회 위원장, 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후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문재인 정부에서 2020년 1월 대통령비서실 기후환경비서관, 같은 해 8월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 임명된 후 지난해 5월 퇴임했다.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안전연구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관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임명했다"면서 "(현 정부와 김 전 수석은) 염치가 없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 교수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가격 급등과 탄소제로 추진에 원전 이용률을 높이면서 안전하게 운영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면서 "원전을 돌리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원자력 안전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주 교수는 "말 그대로 정권 말 제 식구 챙기기 위한 대못 박기 인사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재단은 2015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김 전 수석까지 총 3명의 이사장을 배출하게 됐다. 초대 오성헌 이사장은 충남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안전본부 본부장, 부원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며 이사장 자리는 '탈원전' 인사를 위한 낙하산 자리로 전락했다. 현 김혜정 이사장도 대표적인 탈핵 인사로 꼽힌다. 건국대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김 이사장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지낸 탈핵운동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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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 제 식구 챙기기식 자리 나눠먹기문재인 정부 말 알박기·회전문 인사가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전문성과 거리가 멀거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낙하산 임명되고 있다.최근엔 정재혁 전 대통령비서실 국민생활안전담당관이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에 임기 2년의 비상임감사로 임명됐다. 정 감사는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 6월부터 대통령비서실 사회혁신수석실 행정관, 정무수석실 국민생활안전담당관(선임행정관) 등을 지내다 지난해 8월 퇴임했다. BH에서 안전담당관을 지냈으나 정 감사 재임시절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재해의 경우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828명으로 전년보다 54명 적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산재 사망자를 705명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했었다. 자살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살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만2463명에서 이듬해 1만3670명, 2019년 1만3799명으로 늘어왔다.지난해 3월 임명된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도 전문성 시비에 휩싸였었다.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사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농림어업·국민 식생활발전포럼 상임대표, 더불어민주당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확산방지특별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전북 총괄 선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농해수위 활동은 3선의 의정활동 기간 중 2012~2014년 1년10개월간이 전부다. 나머지는 여성가족위원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데다 지역 선대위원장 이력이 임명에 '플러스알파(+α)'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공모 초기부터 낙하산·내정설이 돌았다"고 전했다.지난해 2월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 자회사 'LX 파트너스' 대표이사로 임명된 강성옥씨도 낙하산 논란을 빚었었다. 강 대표이사는 민주당 전북도당 부위원장 출신이다.전문성 시비에선 빗겨났지만, 지난해 11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된 나희승 전 철도기술연구원장도 문재인 정부의 코드인사로 분류된다. 나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철기연 대륙철도연구실장을 지내며 당시 비서관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문재인 정부에서 고속 승진을 하게 됐다는 전언이다.지난해 5월에는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임 원장으로 홍장표 부경대 교수가 임명돼 논란을 낳았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 원장은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설계자다. 홍 원장 내정이 알려지자 현 정부에서 실패한 대표적인 경제정책을 설계한 인사가 정부 경제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KDI 원장을 맡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쏟아졌다.문재인 정부에서 입맛대로 코드인사가 이뤄지면서 한 공기업에 사장이 2명이 존재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국토부 산하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LX)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캠코더 낙하산 인사와 무리한 해임에 구본환 인국공 사장과 최창학 전 LX 사장이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서 '한 지붕 두 사장'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졌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분명히 잘못된 것(인사)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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