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價, t당 74% 상승… 시멘트 값도 들썩철근값 상승에 철콘협회, 대금 20% 증액 요구"손실 보전 확약 없으면 셧다운 등 집단행동 불사"인건비-기본형 건축비 등도 올라 공사 중단 가능성도
  •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 ⓒ연합뉴스
    ▲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철근·콘크리트, 시멘트·레미콘 등 골조공사에 투입되는 각종 자재가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관련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간접비를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추위가 풀리는 3월부터 성수기를 맞는 아파트 건설 현장의 경우 착공을 아예 미루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현장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까지 대두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 자재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철근 가격은 계속 올랐고,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유연탄(고효율 석탄)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유연탄의 주요 산지로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제재 등을 가할 경우 유연탄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연탄은 석회석, 철광석 등과 시멘트를 만드는데 쓰인다. 시멘트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0%로 단일 원자재중 가장 크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1~11월) 전체 물량 334만t 가운데 76.0%(254만t)가 러시아산이고, 23.9%(80만t)는 호주산이었다.

    한국광해공업공단(옛 한국광물자원공사) 통계를 보면 유연탄 가격(동북아 CFR 기준)은 25일 현재 t당 199.55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평균 190.25달러에 비해 4.89% 올랐으며 지난해 평균 114.22달러에 비해서는 74.7% 뛰었다.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초 t당 68달러에서 오르기 시작해 같은 해 10월 221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11월 124달러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본 호주 광산에서 유연탄 생산이 중단되면서 가격이 올랐고, 올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운이 감돌면서 가격이 더 뛰었다.

    이 때문에 시멘트 업계는 지난달 유연탄과 요소수 등의 원자재 가격 인상을 감안, 이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18%가량 올려줄 것을 레미콘사 등에 통보했다. 이 경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이 t당 7만880원에서 9만3000원으로 뛴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레미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국레미콘협의회는 최근 종합건설사의 자재 담당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에 공문을 보내 다음 달부터 레미콘 가격을 25% 이상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건설업계가 레미콘 가격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레미콘업계도 시멘트 업계의 시멘트 가격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근과 내외장재용 강판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가격도 1년새 54% 올라 사상 최고치인 t당 3416달러를 기록했다. 가격 인상에서 끝나지 않고 공급 차질마저 우려된다.

    러시아는 세계 1위 알루미늄 생산국인데, 미국이 제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이 제재를 가하면서 알루미늄과 니켈 등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시장 재고도 많지 않다. 런던금속거래소(LEM)에 등록된 알루미늄 재고량은 83만t으로, 1년 전 190만t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알루미늄 공급난이 발생하면 건설 현장에서 거푸집 재료로 사용하는 알루미늄폼(알폼) 생산도 어려워진다.

    철근 가격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은 다음 달 1일부터 철 스크랩(고철) 가격을 t당 1만원 올릴 계획이다.

    현재도 철 스크랩 가격은 t당 60만원 중반대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철 스크랩 가격이 상승하면 철근 가격도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요 제강사들이 이달 공장 개보수를 하는 점도 철근값 인상 요인이다. 탄소중립 등 친환경 사업에 힘을 쏟다 보니 개보수 기간이 예년보다 길어졌고, 철근 생산도 줄게 됐다.
  • 경기 고양시의 한 시멘트 공장. ⓒ연합뉴스
    ▲ 경기 고양시의 한 시멘트 공장. ⓒ연합뉴스
    이미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대금을 늘려주지 않으면 3월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건설사에 통보한 상태다.

    연합회는 공문에서 철물과 각재·합판 등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레미콘·철근 등 원도급사의 지급 자재 중단과 지연에 따른 간접비와 인건비 상승분 등을 고려해 하도급 대금의 20% 상당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건설사들이 손실 보전에 대한 보상을 확약서 양식으로 다음 달 1일까지 보내주지 않을 경우 해당 현장에 대해서는 3월2일부터 셧다운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공사 중단은 물론, 분쟁 조정 신청을 내고 하도급법 위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집단투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연합회 측은 "전문건설업계의 경우 계약 관계상 열악한 지위로 자재 가격 증가분, 공급 지연에 따른 손실분을 고스란히 부담하는 등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며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 등 급등으로 계약금액(공사대금) 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기본형 건축비도 오른다. 국토교통부는 25일 건축자재, 노무비 등 가격변동을 고려해 다음 달 1일부터 공동주택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해 9월에 비해 2.64%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3㎡당 기본형 건축비는 706만원으로, 이번에 처음 700만원을 넘어섰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과 주요 수도권 신축 아파트가 대상으로, 분양가격의 주요 원가 중 하나다.

    최근 수년간 연평균 10% 가까이 오른 인건비도 업계의 부담이다. 외국인 근로자에 노동력을 의존하던 업계 특성상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감소하면서 임금 부담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골조 공정에서 외국인 인력이 주로 담당하는 지상층 알폼 작업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작업 단가가 ㎡당 4200원이었지만, 현재는 5800원까지 올랐다.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상반기 형틀 목수의 시중노임 단가는 하루 24만2138원으로, 2018년 상반기 18만9303원에 비해 27.9% 증가했다. 철근공 노임단가는 같은 기간 18만9585원에서 23만6805원이 됐다.

    게다가 자재 수요가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착공된 현장은 지난해 1억3530만㎡로, 전년 1억2370만㎡보다 9.3% 늘어났다. 보통 철근과 레미콘이 현장에 쓰이는 시기가 착공 후 18개월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시멘트나 철근은 물론, 마루판과 석고보드 등 건축자재 전반이 올랐다. 봄이 되면 수요가 늘어 가격이 더 뛸 전망"이라며 "물가와 인건비가 뛰니 분양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자재 단가가 계속해서 오르면 현재 수주했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서 손실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사업 차질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건설사는 물론, 계약자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비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 전반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묶여 있는 분양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건설업계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규 공급 자체에 속도가 떨어지고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택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은 수요 심리를 더 자극하는 요소가 될 수 있어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