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 보이콧 불구 관양현대 이어 월계동신까지 수주중견사, 코오롱 분투 기대했지만… 조합 "사업조건 격차 커""정비사업 수주 장벽 높아져", '대형사만의 리그'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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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찬모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업비 2800억원 규모의 월계동신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전국적인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에도 이달초 관양현대 재건축사업에 이어 올해 두번째 수주에 성공한 셈이다.

    파격적인 사업조건이 수주의 결정적 배경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중견건설사들은 수도권 정비사업 수주 장벽이 높아졌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2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열고 HDC현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월계동신 재건축사업은 노원구 월계동 436번지 일대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는 2800여억원이다. 작년말 진행한 1차 입찰에 현산이 단독 참여해 한차례 유찰됐다가 지난달 2차 입찰에 코오롱글로벌이 참여하면서 2파전 구도를 형성했다. 

    조합측에 따르면 총회에는 전체 조합원 887명 중 800명이 참석했으며, HDC현산은 739표(지지율 92.4%)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조합 내에서도 'HDC현산 반대' 목소리가 커졌지만, 득표율이 90%를 넘어서면서 조합원들도 놀라움을 표하는 모습이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현산측이 오랫동안 조합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힘쓰기도 했고 특히 지난달 사고 이후 사업조건을 전면 수정해 내놓은 것이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총회에서 진행된 홍보설명회에서도 코오롱글로벌의 2~3배 분량을 발표하는 등 강한 수주 의지를 나타내면서 큰 득표율 격차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HDC현산은 관양현대 재건축사업에 이어 월계동신 재건축사업에도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내걸어 업계 이목을 끌었다. 

    회사 측은 조합에 ▲글로벌 설계사 SMDP의 특화설계 ▲'스카이 스텔라' 조성 ▲추가부담금 없는 확정공사비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대물변제 100% ▲29개 특별제공품목 등 사업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HDC현산의 정비사업 수주에 난항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주요 사업장에서 시공권을 잇따라 확보하면서 업계도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코오롱글로벌의 수주를 내심 기대했던 중견건설사들은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그간 HDC현산의 수주 의지에 부담을 느꼈던 중견건설사들은 지난달 붕괴사고 이후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함에 따라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수주 가능성을 점치며 시공권 경쟁을 검토해왔다. 

    특히 월계동신 재건축사업의 경우 중견건설사인 코오롱글로벌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HDC현산이 압도적 득표율을 나타내면서 경쟁 의지도 한풀 꺾인 분위기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코오롱글로벌이 수주에 실패하더라도 일정수준 이상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대형건설사 선호도가 높은데다 사업조건과 관련해서도 양사간 자금력 차이가 너무 컸던 만큼 반사이익 범위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일부 중견건설사 사이에선 HDC현산이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내세우는 탓에 수도권 정비사업 수주 장벽이 더욱 높아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정비사업 수주 의지는 뚜렷하지만 HDC현산이 내건 사업조건의 수준을 따라갈 만한 중견건설사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결국 조합의 눈높이만 높아지면서 대형건설사 중심의 수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