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맹렬한 상승… 200달러 전망'대선' 누가 돼도 돈풀릴 듯총재 부재, 성장률 등도 난제
  • ▲ 국제유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서울 한 셀프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기름을 넣고 있다ⓒ연합뉴스
    ▲ 국제유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서울 한 셀프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기름을 넣고 있다ⓒ연합뉴스
    전례없는 물가 상승 압박에 통화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금리를 올려도 이상하지 않는 물가 상승률이지만, 첩첩이 쌓인 변수에 주저하는 표정이 감지된다.

    8일 경제계에 따르면 학계와 시장에서는 3월을 기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가 불러온 국제유가 급등 효과가 본격적으로 밀려오는 것이다. 글로벌 마켓에서 나타난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국민이 직접 체감하게 되는 셈이다. 4%대 물가상승률은 2011년12월(4.2%) 이후 처음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배럴당 92.81달러에서 지난 6일 장중 한때 130.50달러까지 치솟았다. 하루 뒤인 7일 119.40달러로 다소 진정됐지만, 전쟁상황 전개에 따라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치솟는 물가는 내달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로 시선이 쏠리게 한다.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만큼 인상 요인이 생겼다는 목소리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달 0.25%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여력은 많지 않아 보인다. 우선 대선 이후 정국 변화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취임 직후 대규모 추경을 공언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재정확충을 예고한 상태다. 막대한 자금이 시중이 풀리게 되면 금리인상을 단행할 명분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금통위를 이끄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부재도 변수다. 이 총재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지만, 아직 차기 총재 내정은 소식이 없다. 국회 임명동의 및 인사청문회 과정을 고려하면 내달 금통위 회의에 새 금통위 의장이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총재가 퇴임하면 한은은 부총재 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금통위 의장은 주상영 금통위원이 맡게 된다.

    가늠하기 어려운 유가 상승으로 성장률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한은의 딜레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120달러로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4%p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516억 달러 감소한다. 성장률 침체 속에서 한은이 금리인상으로 시장 자금을 흡수하면 경제주체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4월 금통위는 건너뛰고 5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지만 이마저도 불확실성이 작지 않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언급되며 물가 자체가 아닌 물가로 인한 시장의 고민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5월 이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커 상반기는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