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러 불황 심각…세계경제 성장률 하향"韓경제 타격…1월 경상수지 흑자폭 50억불↓물가 5개월째 3%대·경기예측 7개월째 하락차기정부 추경 예고…"재정지출 속도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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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 우리나라의 3%대 경제성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는데다 미국 등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로 러시아 경기가 급랭하고 있다.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경기는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경기둔화 속도가 느린 '슬로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국제통화기금(IMF)은 10일(현지 시각)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거라고 예고했다.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국제 에너지·식량가격을 급상승시켰고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가 심각한 불황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리는 위기의 결과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IMF는 올 1월 세계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5%포인트(p) 내렸다. 러시아는 농산물 수확 감소 등의 영향으로 종전보다 0.1%p 내린 2.8% 성장을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서 IMF는 러시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가능성도 더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견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15%로 추락할 거로 내다봤다.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는 물론 팔라듐, 니켈 등 원자잿값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교역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각각 1.5%, 0.1%로 크지 않지만, 사태 장기화로 EU(유럽연합)의 성장세가 둔화한다면 우리나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러시아를 포함한 EU의 수출 비중은 13.8%로 중국(25.3%), 미국(14.9%)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앤 반 프라그 글로벌 총괄과 화상 면담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 일부 불확실성이 있지만, (올해) 3%대 성장률은 달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낙관론과 달리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밀릴 거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10일 발표한 '한국 대통령 선거의 정책적 의미와 거시 관점' 보고서에서 "국내외 리스크에 따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0.4%p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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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가 둔화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슬로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5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물가당국인 한국은행은 10일 '2022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상보다 크다며 물가 상방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전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지난달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2% 증가해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2개월째 3%대 상승률을 보였고, 오름폭도 커졌다. 반면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앞으로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100.1)는 전달보다 0.1p 내려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 점증' 보고서에서 슬로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교역 위축이 한국의 수출 둔화와 원자재 수입 증가로 이어져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고 봤다. 11일 한은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18억1000만 달러(약 2조2359억원) 흑자다. 2020년 5월 이후 21개월째 흑자행진이다. 그러나 1년 전(67억8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흑자 폭은 50억 달러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연구원은 더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확산과 방역당국의 엔데믹(풍토병 단계) 전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도 우려된다고 했다. -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과정에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보상을 위해 5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태도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새 정부 출범 직후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예상된다.문제는 수십조 원대 추경 편성으로 재정 지출을 늘릴 경우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는 재정관리가 중요하다. 재정지출 확대는 자칫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축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국제 신인도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재정 확대 속도는 곤란하다. 경제여건 변화에 기초한 거시경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