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구두개입에도 1240원 돌파연기금 매수 집중… 엇박자역외 투기적 움직임 주시
  • 원·달러 환율 급등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외환당국과 연기금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달러를 대거 매입하고 있기 때문인데, 외환당국으로서는 마땅히 제재할 방안이 없어 속만 끓이는 모습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32.0)원 대비 10.3원 오른 1242.3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 첫 1200원(종가기준)을 돌파한 이후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보합 또는 상승으로 마감했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주요 수급 주체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수출입업체 등과 소통채널을 가동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7일 환율시장 구두개입 단행 이후에도 오름세가 잡히지 않자 달러 수급주체를 직접 압박하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당국이 주목하는 곳은 국민연금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인 협의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환율 안정을 위한 협조요청을 국민연금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 ▲ 원ㆍ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0.3원 오른 1,242.3원에 장을 마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 원ㆍ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0.3원 오른 1,242.3원에 장을 마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연금은 심리적 저항선인 원달러 1210원을 돌파하던 지난 4일 장 개장전 마(MAR) 시장에서 10억달러 가량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매수세로 장 초반부터 시장 심리가 약세로 흐르면서 3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이어졌다. 3거래일 간 오른 환율은 28.5원이다.

    마 시장은 현물환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편이지만, 10억달러 규모의 매수세가 쏟아지면 은행과 증권사 등 다른 시장 참가자들의 마플레이로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국민연금의 물량을 떠안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장중 상승 압력에 떠밀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달러화 조달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화단기자금 보유한도를 3억달러에서 6억달러로 확대하고 운용 여력을 키웠다. 우크라이나 관련 대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달러 매수 기조는 더 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수출입업체들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전방위로 나설 계획이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연금이 별다른 고려없이 대규모 달러 매수에 나서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투자 스케줄에 맞춰 기계적으로 달러를 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간과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