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카드사 순익 2.7조원…전년비 34% ↑코로나19 여파로 활성화한 디지털화 덕분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 감소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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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소비 회복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당국 규제 속에서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2조7138억원으로 전년보다 6874억원(33.9%) 증가했다.
무엇보다 소비회복으로 카드 사용액이 증가해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6138억원 늘었다. 지난해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이 960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3조3000억원(9.5%) 증가한 결과다.
카드사가 깜짝 실적을 거둔 배경은 코로나19 여파로 활성화한 디지털화 덕분이다. 플랫폼 중심의 비대면 결제가 증가했고 카드 모집도 플랫폼에서 이뤄지면서 비용이 크게 감소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기준 회원모집 경로 상당수가 온라인에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신규회원 가운데 온라인 모집 비중은 2019년 24.0%, 2020년 36.6%, 2021년 42.5%로 지속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음에도 올해부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가맹점수수료 등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된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카드사는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에 적용하는 우대수수료율이 인하된다. 최대 0.1~0.3%포인트(p)에 이르는 우대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업계는 7000억원 규모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인상도 부담이다. 그나마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카드사 실적을 견인했던 카드론마저 올해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돼 영업이 어려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가 간편 결제 등에 뛰어들며 카드사의 본업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전후로 한국의 결제 시장은 온라인 위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모두 페이 플랫폼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 잠식되는 성장동력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실적을 이미 공개한 금융지주계 카드사 네 곳(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지난 4분기 당기순익은 3351억원으로 3분기(4036억원)에 비해 17% 가량 줄었다.
특히 KB국민카드는 같은 기간 1213억원에서 448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우리카드도 540억원에서 26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위기감을 느낀 카드사들은 올해 '데이터'와 '디지털'을 핵심 키워드로 꼽고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새로운 결제 방식을 도입하거나 간편결제 사업의 확장을 시도하는 등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가맹점과의 수수료 갈등이 커지는 등 연달아 악재가 터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깜짝 실적을 거둔 만큼 기저효과도 함께 반영돼 올해 실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