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견제할 공공 영역 확보 필수민간 주도 성장 시 ‘의료비 상승’ 부작용 편리성 이면에 ‘의료 효율성’ 담보
  • ▲ 윤인모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외래교수.
    ▲ 윤인모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외래교수.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비대면 진료가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녹아들었고 이러한 현상은 ‘원격의료 활성화’로 흘러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새 정부에서 추진할 중점 보건의료 과제 중 하나로 언급한 만큼 각계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공공의료 기반 없이 원격의료 비중을 높인다면 견제 요인이 없어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진단이다. 민간 주도로 원격의료 범위를 늘리면 의료비 상승이 발생하고, 이후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과열 경쟁으로 인한 질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근 본지를 통해 윤인모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외래교수는 “원격의료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공공의료의 비중이 될 것이며,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국공립병원 등 공공의료시설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민간의료시설로 구분된다. 병상 수 역시 공공의 영역에서 담당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추후 민간 주도의 원격의료가 시행되고 산업적으로 폭발적 관심을 일으키는 분야로 꼽히지만, 공공이 차지하는 비율이 워낙 낮아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진단이다. 

    윤 교수는 “공공의료가 밑바탕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활성화를 추진하면 견제 요인도 없고 수익 창출에만 함몰돼 의료비 자체가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례로 코로나 시국 속 편리성을 강점으로 배달앱이 실생활에 파고들었지만, 고객 유치가 안정적으로 이뤄지자 급격히 오른 배달비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배달 음식과 의료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 현상 자체는 동일하다는 의미다. 

    그는 “모든 정부가 그래왔듯 원격의료 시행 후 의료비 상승이 문제로 지적되면 ‘가격 통제’가 들어갈 텐데, 업체들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질적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며 “그때가 되면 의사들도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 코로나19 확진자 대상 비대면 진료 현장. ⓒ연합뉴스
    ▲ 코로나19 확진자 대상 비대면 진료 현장. ⓒ연합뉴스
    ◆ 성공적 해외사례도 ‘공공의료’ 기반

    결국 원격의료 활성화와 동시에 공공의료 역할론을 강화해야만 성공적 모델이 구축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는 영국, 중국, 미국의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윤 교수는 “영국은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의료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해 운영 중”이라며 “특히 이-컨설턴트(E-consultant)는 선례로 꼽히는데 18명의 진료비를 먼저 받고 50~60명에서 진료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공공의료를 기반으로 원격진료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중국은 공공과 민간의료기관 비중이 5:5로 잡히지만, 병상 수 자체가 공공이 훨씬 더 많아 견제가 가능하다”며 “이는 중국 내에서 158개의 온라인 병원을 가동하게 하는 근간이 된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원격의료의 개념이 투 트랙으로 적용된다. 

    먼저 공공의료에서 원격진료비는 대면 진료비보다 초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정반대의 흐름을 보인다. 

    윤 교수는 “텔라닥, MD라이브 등 미국의 상위 원격의료회사가 제공하는 원격진료비는 대면진료비보다 30~50% 높게 책정됐다”며 “미국의 정신과 대면초진은 약 170불 수준이지만 이를 원격진료로 하는 경우 약 250불을 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외의 사례를 종합하면, 공공의 개념에서는 원격의료가 의료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면 민간의 영역에서는 편리성 제공을 담보로 한 수익 창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원격의료를 향하는 방향성은 찬성하지만 공공의료가 밑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며 “새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본질적 개선의 방향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의료가 마치 진보의 전유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국민 건강권 확보의 영역은 정치적 색깔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