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제도화 의지에 의료계 입장 전환이 ‘변화의 시작점’김광준 세브란스병원 교수 “현 상황에선 비대면 성공모델 구축 필요”국회 계류 중 의료법 개정안 2건,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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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에 대응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상시 체계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된 만큼 올 하반기 본격적 논의와 지침이 설계될 전망이다. 

    그간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의료계 반대가 격렬해 제도권 진입에 난항을 겪었지만, 의료계 역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인정해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혔다는 점은 변화의 시작으로 풀이된다.

    ◆ 지금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 비대면 진료 

    방역당국은 감염병 위기 ‘심각’ 단계였던 지난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그 이후 몇 차례의 대유행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침투했고, 우려했던 부작용보다 국민 편의성이 증가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약 440만건의 비대면 상담·처방이 이뤄졌다. 코로나19 재택 치료자의 이용 건수는 제외한 수치로 일 평균 9200건가량의 일반 질환 비대면 진료가 진행된 것이다.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의료기관도 전체의 3분의 1인 1만곳을 넘어섰다.

    문제는 일상회복 추진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아졌고 위기경보도 ‘경계’로 낮아진 상황이라 과연 비대면 진료를 유지하는 것이 합당한지 따져봐야 할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불법과 합법의 갈림길에 서 있지만, 비대면 진료는 한시 허용에서 상시 적용되는 형태로 제도권 편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의 제도화 추진 의지와 함께 근 20년간 빗장을 걸었던 의료계가 조건부 수용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장예찬 인수위 청년소통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방문해 비대면 진료 규제 완화 등 내용을 논의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제74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비대면 진료 시행에 대비해 주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자는 안건을 의결했다. 동네의원 등 일차의료기관을 비대면 진료의 시행 주체로 하고, 진료 수가를 1.5배 이상 올리는 내용이 제도화 과정에서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비대면 진료와 관련 “피할 수 없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지난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료취약지 등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 일차의료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복지부 내부에서도 한시적 허용에서 벗어나 관련 제도의 견고한 틀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성공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료계 전문가 주장도 나왔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최한 ‘비대면 의료서비스 적용 전략’ 포럼에서 “고령화에 따른 보건의료 재정지출, 의료인력 문제 등을 풀어낼 해답은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의 진료행위는 급격히 확장될 것임이 분명한데, 아직 성공적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례를 만드는 것이 숙제”라며 “기업들이 참여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 법제화 추진, 의료기관 범위 설정이 쟁점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 2건이 가이드라인을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강병원 의원의 법안은 의협과 새정부 기조에 부합하는 일차의료기관, 즉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 

    고혈압, 당뇨, 부정맥 등을 주요 질환으로 하되 초진이 아닌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제한을 걸었다. 이 경우, 의사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원격으로 관찰, 상담 등의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혜영 의원의 안은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기관의 범위가 확장됐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의원급이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 조항을 두고 병원급에서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교정시설 수용자나 현역 복무 군인 등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되는 환자 ▲수술·치료 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 작동 상태 점검 ▲욕창 관찰 ▲중증·희귀난치 질환 등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경우다. 

    이처럼 2건의 의료법 개정안이 큰 틀로 작용하며 비대면 진료 법제화 과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6개 단체와 비대면 진료 협의체를 구성해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