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소상공인·자영업자 370만명에 '최소 600만원' 지원 합의秋 "재량지출 원점 재검토·구조조정"… 與 "국채 발행 없다"전문가 "적자국채 없이 불가능… 금융부채 탕감 정책 필요"민주당, 53조원 천문학적 초과세수 언급… "철저히 따질 것"尹정부 첫 당정협의… 12일 국무회의 거쳐 13일 국회 제출
  • ▲ 추경.ⓒ연합뉴스
    ▲ 추경.ⓒ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당정은 11일 코로나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 370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최소 600만원을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여당은 적자국채 발행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은 올해 초과세수 규모가 50조원을 웃돌 거라고 언급하며 재정당국의 세수 추계에 불신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번째 당정 협의를 한 후 브리핑에서 "모든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매출액 30억원 이하 중기업 등 370만명에게 최소 60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정부에서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규모는) 업종별로 600만원 플러스알파(+α)가 될 것"이라며 "손실을 보든 안 보든 최소 600만원을 준다""고 부연했다.

    권 원내대표는 "'K방역'이 있다면 정부 방침을 적극 따랐던 국민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모쪼록 오늘 당정 협의가 민생회복의 마중물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소상공인 등에게 6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해 1·2차 방역지원금 포함 최대 1000만원까지 보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소상공인 피해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공약 파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정은 손실보상 보정률을 현행 90%에서 100%로, 분기별 하한액을 현행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각각 올리기로 했다.

    새 정부 경제사령탑을 맡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당정 협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추경은 온전한 손실보상,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진단검사비 등 방역 소요 보강, 취약계층 지원과 물가 안정 등 3가지 방향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저소득층·취약계층 225만 가구에 긴급생활지원금을 한시적으로 75만~100만원 지원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밖에도 지난번 손실보상에서 빠졌던 여행업·공연전시업·항공운수업 등에 대한 우대 지원과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민 지원 방안도 이번 추경안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2차 추경 규모는 '33조원+α'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난 1차 추경과 합치면 윤 대통령이 언급했던 5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논란이 인 추경 재원과 관련해 "모든 재량지출의 집행 실적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본예산 세출 사업의 지출구조조정은 물론 세계잉여금, 한은잉여금 등 모든 가용 재원을 최대한 발굴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추가적인 적자국채 발행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 ▲ 재정.ⓒ연합뉴스
    ▲ 재정.ⓒ연합뉴스
    그러나 재정 전문가들은 적자국채 발행 없이 30조원대 재원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30조원대 중반의 재원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며 "하반기에는 여유가 있을지 몰라도 상반기 구조조정은 껏해야 5조원 안팎이다. 세계잉여금 4조원에 여러 재원을 끌어모아도 최소 20조원쯤의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무리한 세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국회에서 통과한 예산을 전용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국가재정법 위반 소지도 없잖다"며 "관련 사업의 담당자들도 가만 있을리 없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당정이 밝히지 않은 추경 재원과 관련해 53조원의 초과 세수를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추경 방안과 관련해 "53조원의 천문학적 초과 세수는 국가 살림의 근간을 흔들 만큼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예산·세정 당국의 의도성을 철저히 따져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발끈했다. 앞서 민주당은 1차 추경 규모로 30조원대 재정 투입을 주장했으나 홍남기 전 부총리 등 재정당국의 반대로 당정 간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올해 국세수입 등 정부 총수입은 본예산과 1차 추경 때 553조6000억원이었다. 초과세수가 53조원 발생하면 2차 추경 기준으로 총수입이 6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나게 된다.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30조원대 재정을 푸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돈 풀기가 고물가 상황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우 교수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으로 최소 600만원 지급은) 애초 얘기나왔던 것보다, 손실 본 것 이상으로 지원한다는 얘기"라며 "돈이 풀리면 은행으로 갈텐데 따로 대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대출 등으로 돈이 유통돼 통화가 팽창할 수 있다. 인플레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물가는 금리 인상으로 잡는 거라며 경제성장과 안정을 위한 재정·금융 등 적절한 폴리시믹스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 상황에서의 부가적인 부작용을 고려해야 겠으나 이번 추경에서 핵심 이슈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추경 편성이 잘 부합하는가"라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로 재정을 풀면 물가에 미칠 영향이 문제되겠지만, 금리 인상 추세여서 (추경 편성의)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태그 상황에서 무조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위축될 수 있으므로 불씨를 살리는 측면에서 (이번 추경을)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오히려 핵심은 어떤 방식으로 추경을 집행할 거냐"라면서 "소비쿠폰 같은 형태는 불황일 때 쓰는 정책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를 강제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했다. 그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빚 갚는 것"이라며 "금융부채를 어떻게 경감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채권자(금융기관)는 거의 부담 없이 이익을 봤다. 금융기관이 (추경 규모 만큼) 매칭펀드를 조성해 소상공인 부채 탕감에 동참하도록 하는 정책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오는 12일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한 뒤 1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추 부총리는 "정부는 추경안이 5월 국회에서 조속히 확정될 수 있게 국회 심의, 협조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국회 통과 즉시 집행될 수 있게 사전 준비도 꼼꼼히 살피겠다"고 했다.
  •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11일 국회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위한 제2회 추경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11일 국회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위한 제2회 추경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