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확산 중… 지금 잔여 백신 공여해도 ‘타이밍 오류’ 콜드체인 유지-이상반응 대응, 국내와 다른 구조적 결핍백신 외 치료제 목록 구성, 북한이 필요한 건 ‘증상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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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오미크론 확산 사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이 현명한 선택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체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지만 현재 북한의 확산 상황, 보관상 콜드체인 문제, 이상반응 대응여력 부재와 같은 여러 요인을 종합하면 백신보단 해열제 등 대증치료제를 보내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지난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달 말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유열자는 148만3060여명, 누적 사망자는 56명이다. 우세종은 스텔스 오미크론인 ‘BA.2’다.우리에게 익숙한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라는 표현은 PCR(유전자증폭) 검사 또는 신속항원검사가 시행되지 않기에 증상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만 적용한 탓이다. 무증상이 제외된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 확진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북한 내 감염 전파가 점차 크게 번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북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두고 정부가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아직 북한 측의 요청은 없지만 잔여백신 공여 등 방향성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백신 지원해도 ‘보관 어렵고 접종 시점도 애매’그러나 지금 북한에 무작정 백신을 주는 것은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는 “우선 백신을 보관할 수 있는 콜드체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백신보관용 냉동고, 냉장고는 물론 충분한 전기공급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북한 내에도 콜드체인 장비가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타 백신 대비 보관 난이도가 높은 영하 70도-화이자, 영하 20도-모더나 등을 다루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특히 국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백신 이상반응 대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맞물렸다.마 교수는 “접종 후 부작용이 생기면 되레 우리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일례로 심근염 생기면 북한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자체적으로 이상반응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만들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약속도 받아둬야 한다”고 제안했다.북한은 이미 백신 접종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든 조건을 갖추고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해도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안타깝게도 북한의 코로나19 유행의 불길을 끄는 데 백신의 역할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그는 “백신을 도입해서 배포하고 주민이 접종하는 모든 기간은 1개월이 넘는데 그때는 이미 유행 곡선이 정점을 지나 내리막일 것”이라며 “당장 환자에게 도움이 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해열제 등 증상 완화 의약품이 우선순위이처럼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현재 북한이 필요한 것은 백신이 아니라 치료제로 좁혀진다. 우리도 물량이 부족한 경구용 치료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해열제 등 대증치료제를 지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이다.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접어든 북한의 상황을 볼 때, 당장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의약품을 보내는 것을 우선순위로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실제 북한에서는 우황청심환이나 버드나뭇잎 등을 뜨거운 물에 우려서 마시는 민간요법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열제, 진통소염제 등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분석이다.이날 정부와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북 의약품 지원을 위해 백신과 별개로 코로나19 증상 조절에 효율적 의약품 목록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엔 일부 스테로이드 약품과 항체치료제도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