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 성장률 3.0→2.8%·물가 1.7→4.2% 전망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秋 "경제 엄중한 상황"尹정부, 세부담 내리나…최고세율 25→22% 환원 가능성세수감소 불가피… 기업 투자·생산성↑,고용에도 플러스
  •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우려가 커진 가운데 윤석열 정부 경제팀이 돌파구로 법인세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수가 줄어들 거라는 지적이 있지만 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고용창출로 실보다 득이 클 거라는 분석도 많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일 발표한 올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8%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지난해말 문재인정부가 전망한 3.1%보다 0.3%포인트(p)가 낮다.

    반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경기 회복세와 국제유가 급등 영향을 반영해 4.2%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1.7%)보다 대폭 올려잡았다.

    KDI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장기화, 중국 경기 급락,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등의 악재가 지속해 세계경제 회복세가 제약되면 우리 경제 회복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파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로선 출범 직후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다만 이는 예고됐던 일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인수위 제5차 전체회의에서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이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 이것이 새(윤석열) 정부가 현(문재인) 정부에게서 물려받은 성적표"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주요국 통화정책 긴축 전환,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등 대내외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리 경제는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민간 주도 성장을 '와이(Y)노믹스'(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추진방향으로 설정한 초대 경제팀은 경제 난국의 타개책으로 법인세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18일 알려진 바로는 정부는 올 하반기 기업 투자 촉진과 혁신 지원 등을 위한 법인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주요 경쟁국보다 우리나라의 세율이 높고, 조세 경쟁력도 좋지 않다는 측면에서 법인세를 내려야 한다고 늘 이야기했다"며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국회의원 시절이던 2020년 7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내리고 과세표준 구간도 현행 4개에서 2개로 단순화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세법 개정을 통해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 25% 세율을 부과하기로 했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27.5% 수준이다. 당시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 홀로 증세 역주행을 하는 것을 두고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내리면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MB(이명박) 정부는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바 있다.

    일각에선 한꺼번에 법인세율을 0.5%포인트(p)나 내린 전례가 없고 자칫 대기업 봐주기 역풍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추진된다면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25%로 올린 최고세율을 22%로 다시 환원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견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최소 OECD 평균인 22%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었다.

    다만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돈 쓸 곳이 많은 윤석열 정부에서 효자 세목인 법인세를 내렸을 때 재정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세는 전체 국세수입의 25%를 웃돌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 ▲ 세금.ⓒ연합뉴스
    ▲ 세금.ⓒ연합뉴스
    그러나 법인세 인하는 저상장시대에 기업의 투자를 자극하고 국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필요한데 법인세 인하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어서다. OECD 국가들의 총요소생산성을 분석해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세수의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생산성 증가율이 낮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18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저상장시대의 조세정책 방향-생산성·투자·고용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부담은 투자를 위축시켜 기업의 생산성과 국가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기업이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는 생산능력을 조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수단이 투자규모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법인세 부담은 기업의 투자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의사결정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세 실효세율 상승은 기업의 투자율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면서 "기업의 업력이 길수록, 자산규모가 클수록 투자율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법인세 상승이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법인세 상승은 투자를 감소시키고, 기업은 주주들의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해 인건비 축소 등의 대체효과를 통해 노동수요를 감소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돌려 말하면 법인세 인하로 세수는 다소 줄 수 있으나 고용이나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가 경제성장에는 플러스(+)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법인세 인하가 경제위기 때 빛을 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1970~2010년 미국 내 45개 주(州)의 법인세 증감 효과를 분석한 2016년 보고서 '자르거나 자르지 않으려면?-법인세가 고용과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법인세율 인하는 경기침체기에 효과적이었다. 법인세율을 1%p 내리면 고용률은 0.6%, 고용소득은 1% 각각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법인세율 인상은 노동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법인세율을 1%p 올리면 고용률은 0.3~0.5%, 고용소득은 0.3~0.6%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경제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2013년 조세재정연구원의 '기업특성과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에 관한 연구'는 법인세 부담이 10% 줄어들면 순투자가 0.7% 증가하고, 그 여파로 고용은 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