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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에서 공적자금 12.7조 이상을 회수했다"
"한화생명·SGI서울보증의 회수・관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2일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밝힌 공적자금 회수 관련 발언이다.
회수성과를 자랑하기 위한 우리금융 언급에선 장황한 설명이 뒤따랐다.
김 사장은 "지난달 지분 추가 매각으로 1.3% 지분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이번 매각으로 지원된 공적자금 12.7조원 이상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7조 이상이 남은 한화생명·SGI서울보증의 회수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가파른 금리 상승기 증시하락으로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은데다, 배당성향만으로 수조원을 회수하는게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시장의 물음엔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SGI서울보증의 경우는 회수 기한이 2027년이다보니 감사원 등에서 회수 노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관련 논의를 하고 있으며, 해당 논의 등이 정리되면 발표할 때가 있을 것"이라게 언급의 전부다.
금융권에선 예보가 한화생명·SGI서울보증의 공적자금 회수와 관련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보는 지난 1999년 한화생명 전신인 대한생명에 공적자금 3조 55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02년 한화에 지분 67%를 1조 10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몇차례 지분매각을 2조 5071억원을 회수했지만, 아직 1조 429억원 이상이 남아있다.
보유중인 10% 가량의 지분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하세월이다.
2일 기준 한화생명 주가는 2560원. 업계선 제값을 받기 위해선 최소 주당 1만 2000원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한 한화생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최근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생명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앞서 예보는 지난해 9월 한화생명 주식매각 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외국계 증권사인 UBS를 선정했지만, 흐지부지된 상태다.
예보가 최대주주(93.8%)로 있는 서울보증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일단 예보는 서울보증의 지분매각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독과점 등 정책적 선결 조건 등이 여전하고, 시장 가격 등을 구체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국은 자금 회수를 위해 민간 보험사들의 보증보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등 유사업무를 하는 공적 기관들이 존재하나, 민간 보험업계에서는 사실상 나홀로 영업을 하고 있다.
결국 배당성향만으로 공적자금 회수를 진행 중인데, 기한인 2027년까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예보는 지난 1998년 부실화된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을 합병해 서울보증을 출범시키면서 10조 2500억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투입, 현재 6조원 가량의 상환금이 남아있다.
지난해 실적(순익 4561억원)이 반등하며 배당성향 규모를 다시금 5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순익 감소세(2016년 6143억원, 2017년 4600억원, 2018년 4436억원, 2019년 4316억원, 2020년 3288억원)가 이어졌고, 배당성향을 50% 이상으로 유지한다 해도 산술적으로 6조원을 모두 상환할 수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의 경우 더이상 시장상황 및 주가 등만을 관망하며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회사 측과 논의해야할 시점"이라며 "서울보증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독과점 규명 등 정책적 선결 조건 논의를 마무리해 지분매각 및 IPO 등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공적자금상환관리특별법에 따라 양사의 공적자금 회수 마감일은 2027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