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빅5 순이익 7조 4007억원 전년比 16.6%↑2위 DB손보 vs 메리츠화재, 4위 현대해상 vs KB손보킥스 비율 나란히 하락 … 업계 "자본확충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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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보사 빅5가 지난해 7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속사정은 녹록지 않다. 실적 개선과 달리 신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일제히 하락하며 건전성 관리가 올해 보험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자본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손보사들은 후순위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장기보험 수익성 개선 … 손보사 빅5 역대급 실적 기록

    지난해 대형 손보사 5곳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주요 손보사 5곳(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7조40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증가와 장기보험 수익성 개선이 실적 호조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새 국제회계제도 IFRS17 도입 이후 장기 보장성보험은 보험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CSM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사업 부문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4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CSM 상각익 증가와 안정적인 예실차 관리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보험손익은 1조5776억원을 기록했으며 보유 CSM 총량은 14조739억원으로 전년 대비 7711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순이익 격차가 좁혀지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다. 두 회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7722억원, 1조7105억원으로 집계됐다. DB손보는 전년 대비 15.3%, 메리츠화재는 9.2% 증가하며 나란히 성장세를 보였다.

    연간 기준으로 두 회사 간 순이익 차이는 617억원으로 2023년(852억원) 대비 235억원 줄어들었다. 이는 DB손보의 보험손익 증가와 신계약 CSM 확대 영향으로 분석된다.

    DB손보는 보험손익 1조6190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했다. 신계약 CSM은 3조78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CSM 잔액은 12조2322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보험손익은 1조5336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신계약 CSM은 1조3796억원을 기록했다. CSM 잔액은 11조1879억원으로 확대됐다.

    현대해상은 전년 대비 33.4% 증가율을 기록하며 당기순이익 1조307억원을 달성했다.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하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023년 현대해상과 KB손보 순이익의 차이는 60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000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현대해상의 보험손익은 1조431억원으로 전년 대비 98.1% 급증했다. 신계약 CSM은 1조821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연간 누적 CSM은 8조2477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KB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83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보험이익은 9780억원으로 17.6% 증가했으며 신계약 CSM 규모는 1조876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CSM은 8조8205억원으로 집계됐다.

    ◇킥스 비율 '하락세' …  업계 "자본확충 나선다"

    대형 손보사들이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지표인 킥스 비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곳은 DB손보로 전년 대비 31.6%p 하락한 201.5%를 기록했다. 이어 △KB손보 27.8%p↓(188.1%) △현대해상 17.3%p↓(155.8%) △삼성화재 8.0%p↓(265%) 순으로 하락했다. 

    킥스 비율은 보험업법 상 최소 기준치가 100%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5대 손보사 중 유일하게 5.4%p 상승한 247.6%를 기록하며 건전성을 유지했다.

    킥스 비율은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이 100%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손보사 대부분이 기준을 초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율 하락세가 지속된다는 점은 향후 자본 확충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킥스 비율 하락에는 금리 인하와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도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결정된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이 4월부터 본격화되면서 보험 부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보험사의 건전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도 재무 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부채 규모가 커지고 자본이 감소해 킥스 비율이 추가로 악화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킥스 비율 방어를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보험업계는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DB손보는 지난 20일 4000억원, 메리츠화재는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9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던 현대해상은 추가로 8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며 KB손보도 5000억원 규모의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인해 보험 부채 부담이 증가하면서 재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특히 지난해 킥스 비율 하락세가 두드러진 보험사들의 경우 후순위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의 대응책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