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2023년 기준 900점 이상 고신용자 46.12%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 1만5397건 기록업계 "신용점수 신뢰도 제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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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신용자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금융권 대출 심사 기준이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일부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저축은행 등에서도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중·저신용자들의 금융 접근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나온다. 

    ◇"신용점수는 높아졌는데 대출은 어렵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전반적인 신용점수 상승과 함께 이른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에서 신규 취급한 가계 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39.2점으로, 1년 전보다 9.8점 상승했다.

    신용평가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나이스신용평가와 KCB에 따르면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신용점수 900점 이상인 고객의 비중은 각각 46.12%, 43.39%로 집계됐다. 

    이는 고신용자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금융권 신용평가 결과가 특정 구간에 집중되는 ‘등급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신용자가 늘어나면서 금융사들은 대출 심사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대출을 원하는 차주들이 1금융권에서 원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업계의 대출 심사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19개사는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또한 신용점수 601~700점대 중신용자 대출을 제한한 곳도 DB저축은행, IBK저축은행, 동양저축은행, 푸른저축은행 등 4곳에 달했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점수 인플레 현상이 지속되면,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중·저신용자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금융권 내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저신용자는 어디로? … 제도권 밖으로 향하는 저신용자

    신용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디지털 금융 확산과 핀테크 기업들의 신용점수 관리 서비스 확대가 꼽힌다. 신용점수를 보다 쉽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면서 단기간에 신용점수가 급상승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정부의 신용사면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1년과 2024년 두 차례 시행된 신용사면 조치로 인해 과거에는 차주가 원금을 상환해도 연체 이력이 최대 5년간 신용평가에 반영됐으나 현재는 금융사가 연체 기록을 조회하거나 신용점수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신용점수 상승이 가속화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부업체들까지 규제 강화와 영업 환경 악화로 위축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의 제도권 금융 이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는 1만5397건으로 전년 대비 11.9%(1646건) 증가했다. 이는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받지 못한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 신뢰도 제고를 위해 금융 마이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점수의 실효성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신용점수가 높은 고객이라도 대출 승인을 거절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빈도가 너무 높아지게 되면 신용점수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평사의 신용점수 신뢰도 제고를 위해 금융 마이데이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