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4.8조 증발, 18개월 만 채권 순회수외화유출 본격화… 금리 역전시 더 빨라질 듯"금융지주사 실적 타격 갈 것"
  •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인 이탈을 시작했다.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까지 자금 회수가 이뤄지면서 통화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6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주식 3조8730억원을 순매도하고 상장채권 9340억원을 순회수했다. 한달 새 4조8070억원이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주식시장 자금이탈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움직임이지만, 그나마 버티던 채권시장이 자금회수세로 돌아선 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2020년 12월 이후 18개월 만에 순회수로 전환했다.

    상장채권 10조5430억원을 순매수했고, 11조4770억원을 만기상환했다. 종류별로 보면 국채는 2000억원 순투자했지만, 통안채는 1조원 순회수했다. 원화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될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난달 외국인 채권투자 잔액은 231조8422억원으로 나타났다.

    잔존만기별로 보면 1년 미만 단기 채권에서 5조9000억원이 빠져나갔다. 1~5년 미만 채권은 2조8000억원 늘었고, 5년 이상 채권도 2조2000억원 증가하는 등 장기채권으로 투자자들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채권 운용역은 "금융채 금리 상승이 다소 주춤하면서 투자 심리도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채권 투자금 회수가 계속되면 금융지주사 실적에도 타격이 갈 것"이라고 했다.
  • ▲ 코스피가 2300선 아래로 하락한 지난 6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 코스피가 2300선 아래로 하락한 지난 6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투자금 회수세가 강한 주식시장 자금 이탈은 더 빨라지고 있다. 코스피에서 3조7010억원, 코스닥 1720억원을 순매도 해 3조8730억원이 사라졌다. 영국(2조4160억원)을 비롯한 유럽 자금 3조5000억원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 팔아치운 상장주식만 19조904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은 지난해 6월 30%가 무너진 이후 지속 감소해 26.4%까지 떨어졌다. 상장채권 보유비중은 9.9%로 나타났다.

    외화 유출은 하반기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통화긴축에 달러 강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기준금리 0.75%p를 한번에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데 이어 이달에도 한번더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인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연준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모습이다. 한은은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사상 최초로 0.5%p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게 되면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한미 금리역전 현상은 1996년, 2005년, 2018년까지 총 3차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역전만으로 자본 유출이 심화되진 않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경제 펀더멘털에 타격이 올 것으로 내다본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으로서는 0.25%p만 올렸을 때 금리 역전 시점이 앞당겨지고 역전 폭도 커지는 것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상폭이 0.25%p에 그치면 환율은 더 올라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