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만장일치, 물가 무조건 잡는다물가상승세 상방 여전히 열려 있어금리역전 문제 안돼…유로화 반면교사"한 두번 더 올려도 긴축 아냐"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0.5%p 인상에도 "앞으로 한 두차례 더 올려도 긴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결정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50bp(1bp=0.01%p) 인상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며 "50bp 인상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상승 속도도 가속됐다"며 "물가상승 확산정도도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 근접하는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경기 측면에서 글로벌 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진 것이 사실이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파악한 이후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가 우려되지만, 지금은 물가가 우선이라는 견해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금통위원들은 6명 전원 빅스텝(50bp 인상)에 찬성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 6%가 넘는 상황이 계속되면 경기보다 물가를 우선 잡는게 경기에도 좋고 전체 거시경제 운영에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물가상승세가 꺾일지는 미지수다. 7월부터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시작됐고, 임금인상폭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 의결문에서도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전체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3차례 남은 금통위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확실시 된다. 이 총재는 "물가 정점은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가 될 것"이라며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2.75~3.00% 예측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의 하단 부분에 온 게 아닌가 한다"며 "물가 전망이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25bp씩 인상하는게 바람질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우려와 관련해서는 "일각에서는 IMF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맞지 않다고 본다"며 "우리만 영향을 받는지 전세계가 같이 받는지에 따라 외화 유출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더딘 긴축에 1유로와 1달러 가치가 같아지는 패러티 현상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역전 현상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몇달간 신흥국 파급효과를 모니터링한 뒤 판단하겠다"고 했다.